미국·IMF "그렉시트 막아라" EU 압박…'현금 부족' 그리스 국민, 직불카드로 사재기

2015-07-0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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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ESM에 '3년간 자금지원' 공식 요청…"연금·세금 개혁"

ECB, 긴급유동성지원 동결에 자본 통제 조치 13일까지 연장

그리스 시민이 현금입출금기(ATM) 앞에서 줄을 선 채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 CNN뉴스 화면 캡처]


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그리스 정부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정상들이 정한 12일 시한까지 채권단의 요구를 충족할 자신이 있다”고 밝힌 가운데 국제사회에서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를 중심으로 채권단이 그리스 빚의 일부를 깎아줘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리스 정부가 은행 영업 중단 등 자본 통제 조치를 오는 13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8일(현지시간) 그리스에 제공하는 890억유로(약 111조6000억원) 정도의 긴급유동성지원(ELA) 한도를 또 동결한 데 따른 것이다. 이 한도는 지난달 26일 상향된 것으로 ECB는 그 이후 계속 동결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그리스는 같은 날 유럽재정안정화기구(ESM)에 자금지원을 공식 요청하면서 연금과 세금 개혁을 이르면 다음 주부터 시행할 것을 약속했다. 그리스는 요청서에서 “포괄적이고 구체적인 개혁안을 9일까지 제출하겠다”며 “그리스는 모든 채권자들에 대한 재정적 의무를 적시에 완전하게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 미국·IMF "그리스 채무 탕감 필요…그렉시트 막아야“ 한목소리

그리스 사태를 지켜보는 국제사회는 그리스에 채무를 탕감해줘야 한다는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제이콥 루 미국 재무장관과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8일 미국 워싱턴D.C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 세미나에서 “그리스의 채무를 조정해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막아야 한다”고 유럽을 압박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그리스 사태 해법에 대해 “그리스가 이행해야 할 각종 개혁 방안과 더불어 필요한 또 하나의 조치는 채무 조정”이라며 “진지하고 신속하게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IMF는 그리스 사태의 해법 마련을 위해 최대한 관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루 미 재무장관 역시 “양측(채권단과 그리스)이 충분한 신뢰를 쌓아 그리스는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유럽은 어느 정도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채무를 재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루 장관은 “그리스 붕괴는 세계 경제에 수천억달러 규모의 손실을 줄 것”이라며 “그리스 경제와 재정이 붕괴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지정학적인 실수”라고 말했다.

전날에는 ‘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 등 저명한 경제학자 5명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 양보를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내 “그리스의 채무를 탕감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 커지는 불안감 속 절박한 그리스 국민

그리스에서는 12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를 앞두고 불안감과 기대가 공존하고 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9일 자정까지 이른바 ‘트로이카’ 채권단인 EU, ECB, IMF에 어떤 협상안을 제출하느냐에 따라 구제금융 지원 여부가 결정된다. 채권단의 즉각적인 거부는 넘겼지만 상황이 더 악화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여전하다.

그리스인에게 불편은 일상이 됐다. 10일째 은행 영업 중단과 자본 통제가 이어지면서 현금입출금기(ATM) 앞에 늘어선 사람들의 표정은 색을 잃어갔다. 뉴욕타임스(NYT)는 “그리스에서는 가격과 상관없이 불안감에 무조건 사고 보는 이른바 '패닉바잉(panic buying·사재기)'이 벌어지고 있다”며 “은행에서 찾을 수 있는 금액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직불카드로 냉장고, 식기 세척기 등 소유할 수 있는 물품들을 사들이고 있다”고 8일 전했다.

게오르기오스 파파콘스탄티누 전 그리스 재무장관은 영국 일간 가디언에 “지금 그리스의 많은 사람이 울면서 거리를 걷고 있다”면서 “지금 우리의 삶이 이렇게 된 것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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