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경제 위기 극복 과정은 완전히 다르다. 한국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조기에 졸업한 모범국가로 꼽힌다. 반면에 그리스는 구제금융이후 갈수록 수렁에 빠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7년 11월21일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당시에 한국은 외국인들의 썰물같은 자금 회수를 감당하지 못해 국가부도 위기에 놓였다. 최대의 위기를 맞은 우리나라는 다급하게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 195억 달러(약 22조213억5000만 원)를 받았다.
IMF는 돈을 빌려주는 대신에 혹독한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금융기관은 통폐합 됐고, 기업은 도산 및 감원 등으로 이어졌다. 거리 곳곳에 실업자가 넘쳐났다. 심지어 삶을 비관해 자살하는 사람까지 나왔다.
이러한 시련에도 우리나라는 IMF의 요구사항을 엄격히 지켰다. 대규모 정리해고의 고통 속에 '금 모으기' 운동을 했던 그 시절은 아직도 우리들 가슴 속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채무 135억 달러(15조 2455억5000만 원)를 만기보다 8개월 앞당겨 상환했다. IMF 3년8개월 만인 2001년 8월에 채무 전액을 조기에 갚고 구제금융을 완전히 졸업했다.
그리스는 2010년과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IMF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구제금융 규모는 1차의 경우 1100억 유로(약 137조 2162억 원), 2차는 1300억 유로(약 16조 2164억6000만 원)였다.
그리스는 구제금융의 대가로 지난 5년간 긴축 정책을 실시했다. 그러나 그리스 국내총생산(GDP)은 2008년 대비 25% 줄었고 현재 실업률도 25%를 기록하고 있다.
긴축 정책을 견디다 못한 민심은 구조조정 협상안 수정을 공약으로 내건 시리자(급진좌파연합) 정권을 택했다. 또 지난 5일 국민투표를 통해 긴축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현재 그리스 정부는 이런 여론을 무기로 채무 재조정을 요청하고 있다.
그리스 채권단이 협상 최종안에서 중점적으로 개혁을 요구한 부분은 연금제도다. 그리스의 연금 지출액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16%에 달하고 소득대체율은 90%나 된다. 이는 포퓰리즘(대중의 견해와 바람을 대변한다고 주장하는 정치 형태)으로 과도한 복지의 핵심 사례로 꼽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