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금융권에 따르면 업권간 벽이 무너지면서 은행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이미 인터넷·모바일뱅킹 등의 활성화로 인해 은행 점포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은산분리 규제완화로 인해 은행들의 이중고가 예상된다.
최근 한국은행이 집계한 '주요 금융기관 점포수(해외 영업점 제외)' 통계에 따르면 일반은행과 특수은행(농협·수협·기업·산업은행 신용사업 부문)의 국내 영업점은 작년 말 현재 7433개로, 1년 전보다 268곳이나 줄었다. 이로 인해 은행권은 대규모 구조조정까지 단행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선진금융으로의 도약 차원에서 줄줄이 도입을 추진하는 국제기준도 은행권의 부담을 가중시킬 전망이다. 은행들이 당장 대비해야 할 국제기준은 '바젤Ⅲ'다. 바젤Ⅲ에 따라 은행들이 오는 2019년까지 쌓아야 하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현재 8.0%에서 10.5%까지 높아진다. 은행으로서는 직접적으로 재무적 부담이 되는 또 하나의 규제인 셈이다.
금융당국이 올 하반기 선정에 들어가는 국내 시스템적 주요 은행(D-SIB)도 은행들에게는 발등의 불이다. D-SIB에 선정된 은행들은 오는 2019년까지 BIS기준 자본비율을 11.5%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일부 특수은행들은 D-SIB에서 제외되기 위해 물밑 작업을 벌이는 모습까지 감지되고 있다.
격변기를 겪고 있는 것은 카드와 보험업계도 마찬가지이다. 금융당국은 여행 등 특정분야 전업보험사가 출범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고, 복합점포에 보험사 입점까지 허용함에 따라 보험업계에도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카드사들도 자체 할부 금융상품을 출시하는 등 생존을 모색하고 있고, 부수업무 네거티브제가 도입되면서 카드사들의 판매 업무 범위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 내에서 업권 간 벽이 허물어지면서 더욱 치열한 생존경쟁이 펼쳐질 것”이라며 “금융과 산업의 무한경쟁 시대가 도래하는 등 사실상 금융빅뱅이 시작됐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