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0일 초등학교 47곳의 수행평가를 분석한 결과를 담은 '수행평가의 문제점과 현장 착근 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초등학교 수행평가의 36%는 학생들이 지식을 표현하거나 지식을 실제로 표현에 옮기는 수행학습의 요소를 거의 담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늬만 수행평가'일뿐 선다형 평가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채점 방식에서도 75%는 정답을 비교하거나 답안의 숫자를 세는 등 수행 요소를 거의 고려하지 않고 있었다.
보고서는 수행평가 정책을 담당하는 시도 교육청·교육부 등 정책기관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제대로 된 평가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수행평가 모델부터 이미 단답형 같은 부적합한 평가 형식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본질적으로는 한국 교육에서 '서열화 효율성'이 중시되는 관행이 수행평가가 자리잡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게 저자들의 분석이다.
2007년 도입된 입학사정관제를 통한 대학 입학생 수가 전체의 13.6%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정작 사정관들은 학생을 선발할 때 교사의 수행평가를 충분히 활용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교육 제도도 변했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정부가 변화의 방향을 제시하고 학교 현장이 제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유도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저자들은 "교사의 수행평가 역량을 강화할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특히 교대와 사대 교육 프로그램에서 수업과 평가 방식의 변화에 대한 부분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수행평가와 관련해 지나치게 복잡한 보고 서류, 절차를 간소화하고 학부모와 학생의 불합리한 불만이 제기될 때 학교나 교육당국 차원에서 교사를 보호해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