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신속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을 위한 핵심 법안이 통과되면서 환태평양 국가를 둘러싼 경쟁 구도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미 상원은 24일 오후(현지시간) TPP 신속협상권(패스트트랙)이라 불리는 무역협상촉진권한(TPA) 법안을 찬성 60표, 반대 38표로 처리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법안이 넘어오는 대로 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속협상권’으로 불리는 TPA는 행정부가 타결한 무역협정의 내용을 미 의회가 수정할 수 없고 찬반 표결만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TAA는 무역협정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의 이직 등을 국가에서 지원하는 제도다.
TPA 법안 통과는 야당인 공화당과 손잡고 ‘친정’인 민주당의 반대를 정면으로 돌파한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역전승’으로 평가된다. 민주당의 TPP법안 발목 잡기로 조기 ‘레임덕(권력 누수)’ 소리까지 들어야했던 오바마 대통령의 체면도 한꺼번에 회복됐다.
세계 경제규모의 40%를 차지하는 환태평양 거대 경제공동체의 구축이 현실화될 가능성 역시 높아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내 TPP 협정을 마무리 지어 새로운 고용을 창출하는 한편,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역내에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설을 계기로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특히 TPP 협정 타결은 미국과 일본 간 안보 분야 뿐 아니라 경제 ‘신(新)밀월 시대’를 열 것으로 보여 향후 한·미·일 관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미·일 신밀월 시대는 한국 정부로서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이 때문에 TPP에 대해 ‘공식 관심 표명’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한국의 대응도 빨라질 전망이다.
한국 정부는 지난 2013년 11월 TPP 협상에 공식적으로 관심을 표명했다. 실제 지난 4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TPP가 거의 막바지 단계로 1라운드에는 참여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지만, 1라운드가 타결되면 바로 협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의 TPP 참여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TPP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정식 참여 선언과 기존 참여국의 승인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부분이 예상치 못한 ‘복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TPP 협상을 진행 중인 12개국 중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맺은 나라들이 발효 기준으로 미국을 포함해 9개국이다. 이들 나라들로부터 TPP 가입 승인을 받을 경우 기존 FTA와 TPP와의 차이는 장점이 될 수도,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현재까지 TPP 협상 참여국은 미국과 일본을 비롯해 뉴질랜드, 싱가포르, 칠레, 브루나이, 호주, 페루, 베트남, 말레이시아, 캐나다, 멕시코 12개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