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방송된 ‘너를 기억해’(극본 권기영·연출 노상훈 김진원)에서는 이준영(도경수)의 악인 본색이 제대로 드러났다. 시종일관 나긋한 목소리와 부드러운 표정을 짓던 지난 회와는 달리, 섬뜩한 표정으로 끔찍한 악행을 저질렀다. 자신의 신체 비밀을 악용해 탈옥했고, 중민의 집에 찾아가 치열할 격투 끝에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 초반 20여분의 등장이었지만 잔인한 악행을 저지른 그의 엄청난 존재감은 극 후반까지 오래 여운이 남을 정도였다.
자신의 독방에 찾아온 교도관들 앞에서 작은 칼을 꺼내 들어 스스로 목을 그은 이준영. 숨은 있는 것 같지만, 맥이 잡히지 않자 당황한 교도관들은 구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이 탄 구급차 옆으로 지나가는 또 한 대의 구급차. 이윽고 응급차에 누워있던 준영이 눈을 뜨면서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되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목 부근 경동맥의 박동이 잡히지 않았다.
그는 일말의 당혹감도 없이 태연하게 현을 보며 그저 옅은 미소만 짓다 자취를 감췄다. 첫 등장부터 탈옥, 그리고 살인까지. 천사의 얼굴 속에 감춰졌던 그의 섬뜩함은 긴장감을 상승시켰다. 동시에 겉과 속이 정반대인 역대급 괴물 캐릭터를 재창조한 이준영 역의 EXO의 도경수(디오)도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채 퇴장했다.
현에게 아버지에 대한 속상한 감정을 부추겼고, 그를 보통 아이로 키워보려 비밀 수업을 시작한 중민을 죽이고야 만 준영. 비록 현을 괴물이라 생각했지만, 그런 그를 바로 잡아주려던 유일한 인물인 중민. 결국 현의 곁에는 그의 본성을 알고 바르게 잡아줄 이가 없어진 것. 인생의 결정적 시기에 친 아버지에게 괴물이라는 낙인을 받고 가장 큰 충격과 슬픔을 경험하게 된 아홉 살 이현. 이준영이 바라던 것은 결국 이현이 자신과 같은 삶을 살기 바라는 것이었을 수도 있다.
한 통의 이메일에서 발견된 ‘그’의 흔적을 보고 한국으로 돌아온 이현. 그는 사라진 과거 기억을 메우고 ‘그’와 ‘그 아이’를 찾아낼 수 있을까. 깊어지는 인물들의 이야기로 몰입감을 한층 더 끌어올린 ‘너를 기억해’, 오는 29일 오후 10시 3회분 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