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병원이 아닌 장소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감염된 환자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자가 격리 중인 상태에서 '가족 간 감염'이 이뤄진 경우다. 사실상 지역사회 감염인 셈이다. 때문에 보건당국의 메르스 환자 관리에 구멍이 또 뚫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4일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메르스 확진환자 4명이 추가돼 총 179명으로 늘었고, 178번째 환자는 평택박애병원에 입원했던 환자 기족으로 '가족 간 감염'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178번 환자(29)는 확진 환자가 발생했던 평택박애병원,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했던 환자의 가족이다. 그는 지난달 18~29일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했다가 평택박애병원으로 이송돼 지난 6일까지 이 병원에 있던 아버지를 간병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환자의 아버지는 지난 6일 간암으로 사망했으며, 메르스에서는 두 차례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는 지난 16일부터 발열 증상을 보여 20일까지 개인의원, 평택박애병원 응급실, 평택굿모닝병원 등을 다녀갔다. 보건당국은 현재 이 환자가 감염증상이 있던 기간(16~20일) 노출된 의료기관을 추적 조사 중이다.
대책본부는 "이 환자는 병원의 연장 선상에 있는 지역사회 감염, 즉 '가족 간 감염'으로 보면 된다"며 "확진자가 발생한 의료기관이 머물렀기 때문에 정부 관리망에 있던 환자"라고 설명했다.
앞서 175번 환자(74, 118번 환자(사망) 남편)도 정부가 인정한 '병원 밖 감염' 사례다. 그는 14번 환자(35·퇴원)가 입원하기 전부터 평택굿모닝병원에 입원한 상태였다. 또 그를 간호하던 아내가 메르스에 감염돼 격리되기 전까지 집에서 함께 생활한 것으로 나타났다.
171번 환자(60·여)도 아들과 남편이 각각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기 전인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1일까지 같은 집에서 살았다. 때문에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한 시기가 아니라 집에서 가족에게 메르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어머니와 함께 메르스에 감염된 146번 환자(55)는 14번 환자(35)에게 노출된 지 16일 만에 증상이 발현됐다. 이를 두고 가족 간 감염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대책본부도 "146번 환자가 어머니와 같이 생활을 했기 때문에 가족간 노출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당국이 놓쳤던 '가족 간 감염'이 추가 변수로 등장하면서 앞으로 격리대상자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격리대상자는 3103명으로 전날보다 298명(10.6%)늘었다. 자가격리와 병원격리가 전날보다 각각 116명, 182명 늘었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접촉자에 대한 범위를 넓게, 촘촘하게 잡아 앞으로는 관리자들이 빠져나가지 않게하겠다"며 "추가적인 상황이 계속 발생하면서 '진정세'냐는 판단에는 확실히 단언할 수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