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셰일오일을 기반으로 급성장하는 에탄크래커(ECC) 때문에 아시아 납사크래커(NCC)의 신증설 물량이 줄었다”며 “여기에 유가가 하락하며 에탄크래커의 경쟁력도 감소해 설비 투자가 지연되면서 NCC 크래커가 구조적 호황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LG화학, 롯데케미칼, SK종합화학, 한화케미칼 등 국내 화학 대기업은 석유 납사를 원료로 석유화학 기초유분인 에틸렌을 만드는 NCC를 보유하고 있다. 북미 셰일가스를 기반으로 급성장한 ECC와 경쟁하는 구도다.
이 가운데 석유화학 제품 수요는 매년 성장하는 반면, 제조설비 신증설이 최근 주춤해 제품 수익성이 당분간 호조를 보일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내다봤다.
중국의 경우 석탄화학 신증설이 국내 화학업계에 위협이 됐지만, 저유가로 중국 CTO(석탄화학설비)의 마진이 NCC와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지고 환경문제가 부각돼 일부 프로젝트가 취소 또는 지연되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중국·중동발 석유화학 자급력 향상 및 공급과잉, ECC 강세 등 대세 불안요인은 상존한다.
유가가 떨어졌어도 ECC의 가격경쟁력은 여전히 NCC 대비 우위를 점하고 있다. 유가는 향후 다시 오를 수도 있는 등 변동성이 높아, 북미와 중동 가스화학 기업과의 원료 경쟁력 차이를 극복하는 게 국내 화학기업의 생존 과제로 지목된다.
이런 맥락에서 롯데케미칼은 최근 고심끝에 3조원에 가까운 설비투자를 결정했다. 지난해 2월 미국 엑시올과 ECC 투자 기본계약을 체결한 롯데케미칼은, 이후 ECC의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장고에 들어가 최종 투자결정까지 1년 이상이 걸렸다. 기본계약시 협의했던 지분율 50:50구조는 롯데케미칼이 90%를 가져가는 것으로 변경했다.
LG화학 역시 GS건설이 계약을 해지하면서 카자흐스탄 에탄설비 투자가 차질을 빚었지만 기존 투자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도 SK인천석유화학의 콘덴세이트를 원료로 하는 화학 설비 투자를 단행하는 등 국내 화학업계가 원료 다변화를 통한 원천경쟁력 제고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