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슬기 기자 = 한국 방문 외국인들을 위한 '메르스 안심보험' 출시를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보험업계는 메르스 관련 위험률 통계가 없는 데다 그동안 추진했던 정책성 보험이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는 점을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금융복합점포에 보험사가 입점하는 문제를 두고도 찬반 논란이 거세지면서 정부 및 금융당국의 보험정책이 업계와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국내 대형 손해보험사들과 메르스 안심보험 출시를 위한 협의를 진행했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LIG손해보험 등 국내 대형 손보사들이 협의 대상이었지만 이 중 현대해상 한 곳만 상품 출시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작 보험업계는 메르스라는 질병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고, 위험률 통계 산출 자체가 쉽지 않다는 이유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예외적으로 현대해상의 경우 지난 신종플루 보상 보험을 출시한 경험을 토대로 이번 상품 출시에 참여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문체부와 손해율을 고려한 보상 조건 등에 대해 조율하고 있다"며 "출시 기일이 임박한 상황이라 조건 산정 후 요율 및 재보험사 협의가 마무리되면 상품이 나올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메르스 안심보험의 경우 수익성 보다는 최근 손실을 보고 있는 관광업 위험률 분산에 도움을 주기 위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번 보험상품 역시 정부의 졸속 대책이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금융소비자원 관계자는 "현재 메르스 관련 내국인 통계는 전무하고 외국인 통계도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다"며 "보험사 입장에서 섣불리 위험률을 확정할 수 없고 안전할증을 감안하더라도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체부가 이런 점들을 사전에 관련부처나 보험업계에 확인한 뒤 (상품 출시를) 발표했는지 의문"이라며 "이를 간과한 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면 탁상행정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복합점포 입점 문제도 보험업계의 논란거리다. 최근 금융당국은 복합점포에 보험사 입점을 허용하는 대신 은행이 한 보험사의 상품을 25% 이상 판매할 수 없도록 규제한 '방카슈랑스 룰'을 유지키로 했다.
현재 복합점포에 입점돼 있는 은행·증권 상품 등에 더해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 보험상품을 추가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보험설계사들은 복합점포에서 보험이 판매될 경우 설계사 채널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대량 실직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보험대리점협회 관계자는 "보험이라는 상품 자체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며 "고유의 설계사 채널이 악화되는 것은 물론 은행지주의 계열사 밀어주기를 위한 '꺾기' 관행도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