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선국 기자 =최근 배추와 무 등 주요 채소 출하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극심한 가뭄으로 농작물이 타들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올해 들어 강수량 절대 부족으로 인천·경기·강원‧경북 등 4개 시·도, 27개 시·군의 논·밭에서 가뭄이 발생했다. 14일까지 전국 강수량‧저수율은 평년보다 각각 17.7%, 4.8% 낮은 수준이다. 33개 시·군은 가뭄 징후지역이다. 앞으로 10일 이상 비가 오지 않으면 가뭄확산이 우려된다.
전국적으로 농업용 용수가 부족해 천수답 지역의 모내기가 지연되고 있다. 인천·경기·강원‧경북지역 등 20개 시·군에서는 강수량 부족으로 2592ha에서 모내기 지연과 논 물마름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뭄발생 지역을 제외한 전국 저수율은 평년대비 90%정도며 7월초까지 비가 오지 않으면 농작물의 생육지연과 수량감소가 심각한 수준으로 오를 전망이다.
무·배추 등 고랭지 채소는 인천‧강원‧경북지역 20개 시·군 3708ha에서 생육지연과 시들음 현상이 발생했다. 고랭지 채소는 6월상순까지 강원 횡성‧평창 등의 파종‧정식 계획면적 3276ha 중 72%(2365ha)만 완료된 상태다. 이외에 고랭지 감자, 콩, 옥수수도 전년에 비해 수확량 감소와 파종 시기가 늦을 것으로 보인다.
◇배추 등 채소가격 일제 상승…밥상 물가 급등할 듯
6월 상순 배추의 가락시장 평균 도매가격은 10㎏ 기준 7440원이다. 가뭄과 고온 현상으로 출하량이 감소한 여파로 도매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2693원)보다 176.3%, 평년(3365원)보다 121.1% 상승했다.
일부 노지봄배추 산지에서 출하가 지연되고 재배 단수가 줄어 배추의 이달 중·하순 출하물량은 지난해나 평년보다 16∼34% 줄어들 전망이다. 이달 중·하순에 비가 오지 않으면 물량 감소폭은 커진다.
준고랭지와 고랭지 배추도 가뭄과 고온으로 잘 자라지 못해 생육과 출하 시기가 줄줄이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농업관측센터 관계자는 "앞으로 가뭄과 고온 현상이 이어지면 고랭지배추의 7∼9월 출하량은 평년보다 약 3만t(9∼22%) 부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같은 기간 무의 평균 도매가격은 18㎏에 1만3375원이다. 가뭄으로 노지봄무 출하량이 줄면서 지난해(9036원), 평년(1만1618원)보다 가격이 올랐다.
평창·정선·횡성·강릉 등 일부 강원 준고랭지 산지의 경우 가뭄으로 파종이 지연되고 파종된 면적도 발아율이 낮아 일부 면적은 다시 파종하고 있다.
고랭지무 주산지인 평창·정선·횡성·강릉 등 강원 고지대는 원래 6월 중·하순인 주 파종기가 가뭄으로 10일 안팎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달 중·하순 노지봄무 출하량은 지난해보다 25∼27%, 평년보다 4% 감소하고 7∼8월 고랭지무 출하량은 평년보다 5∼16% 적을 전망이다.
대파의 ㎏ 당 평균 도매가격은 6월 1∼12일 기준 지난해 같은 기간(978원)이나 평년(1031원)보다 2배 넘게 뛴 2364원이다.
가뭄과 소비 부진이 겹쳐 6월 중·하순 예상 출하량은 지난해보다 7∼15% 적다.
특히 가뭄 여파로 경기도 시설대파 주산지인 고양·남양주·포천의 대파 작황이 좋지 않다. 6월 출하량이 줄고, 본격적인 출하는 예년보다 5∼10일 늦은 7월 상순에서 하순 사이가 될 예정이다.
농업관측센터 관계자는 "8∼11월에 출하할 여름·가을대파 생산량도 지난해보다 16∼25% 감소한 6만7000∼7만5000t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자도 마찬가지로 출하량이 줄어 6월 상순 20㎏ 기준 가락시장 도매가격이 3만1804원을 기록, 지난해(2만889원)·평년(1만7110원)보다 각각 52.3%·85.9% 올랐다.
가뭄 영향으로 6월 중순부터 7월까지 노지봄감자 출하물량은 지난해나 평년보다 2∼10%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강원 지역에서 주로 재배하는 준고랭지와 고랭지 감자도 생육이 부진하다. 농업관측센터 추산으로는 지금 수준의 가뭄이 지속하면 고랭지 감자의 8∼10월 출하량은 평년보다 약 1만4000t(14∼17%) 부족해진다. 다만 고랭지 감자는 가뭄 영향을 다소 받아도 재배면적(3459㏊)이 지난해보다 16% 늘어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으로 보인다.
◇가뭄 비상…정부 종합 대책 추진한다
이처럼 가격이 채소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농림축산식품부는 대책기구를 '가뭄 및 수급대책 상황실'로 확대하고 상황실장을 차관으로 격상했다. 배추·무 등 가뭄 피해가 큰 밭작물을 중심으로 수급 안정 대책을 추진, 다른 부처와 협업해 가뭄피해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가뭄 상황이나 지자체의 국비지원 요청이 있을 때 △한발대비용수개발 125억원 △재해대책 500억원 △저수지 준설 50억 원 등 총 625억원을 지자체별 가뭄상황에 따라 선제로 집행키로 했다. 특히 논 물마름 현상이 심한 중부 가뭄발생지역의 하천굴착, 양수, 물차공급 등 간이 용수 공급과 밭작물 시듬 현상이 심한 지역에 관수시설 설치를 위해 가뭄대책비를 조기 지원하기로 했다.
양수기 3030대와 관정·들샘 1200공, 급수차 1401대, 송수호스 345km, 하상 굴착 867개소 등 긴급용수개발·공급 장비도 지원키로 했다. 가뭄 농경지 비상급수에 주민과 공무원, 군경 등 1만6330명도 투입키로 했다. 농식품부는 군인력 지원 확대를 위해 지난 9일 국방부에 인력 협조 요청을 했다.
고랭지배추와 고랭지무는 수급 안정을 위해 이달 중·하순 파종과 정식이 예정된 지역을 중심으로 급·관수 시설을 집중적으로 지원한다. 또 오는 7∼8월 출하량이 감소할 것에 대비해 이달 중 노지봄배추 3000∼5000t, 노지봄무 3000t 안팎을 각각 수매 비축하기로 했다.
얼갈이배추와 열무 등 대체 품목으로 공급물량을 확보하고 이들 대체 품목에 대한 홍보도 강화할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노지봄배추의 경우 출하지가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가격이 하향 안정되고 있지만 봄배추 출하 후 나오는 고랭지 배추가 가격이 급등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양파와 마늘은 농협 계약재배물량(양파 22만t·마늘 4만5000t)으로 출하를 조절하고 가격 상승 시 비축 물량을 방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또 채소의 생육상황 등을 조사해 수급·가격 전망을 분석한 농업관측 속보를 주기적으로 발행, 가뭄 피해에 미리 대응할 방침이다. 가뭄과 고온현상에 따른 병해충 발생과 수량 감소를 막고자 농촌진흥청을 중심으로 기술 지원도 강화한다.
농산물 소비 촉진을 위해 오는 18∼28일 전국 32개 도시에 있는 165개 농협 하나로 마트에서 채소와 과일을 30∼50% 할인 판매하는 농산물 특판행사를 연다.
환경부도 올해 상수도 확충 사업비를 우선 활용하는 등 가뭄 대책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가뭄이 심한 상수도 미 보급지역 관정 개발에 우선투자하고 무료수질검사를 지원하는 등 먹는 물 공급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지자체 음용수 지원요청 즉시 병물과 물차를 지원한다. 한강수계 다목적댐, 발전용댐과 연계해 수도권 농업·생공업용수의 안정적 공급을 최대한 연장할 계획이다.
국민안전처는 가뭄발생지역 실태를 정확히 파악·관리하면서 가뭄지역에 소방 및 군부대 장비·인력 지원은 물론 관계부처·유관기관·지자체 등 관련기관과 협업해 가뭄피해 최소화에 총력대응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