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워싱턴 특파원 박요셉 기자 = 자신이 백인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흑인 행세를 하며 흑인 인권단체 지부장까지 지낸 여성이 논란 끝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미국 워싱턴 주 스포캔 시의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의 여성 지부장 레이첼 돌레잘(37)이 15일 지부장직을 사퇴했다.
스포캔 시에서 오랜 동안 흑인인권운동가로 알려져 6개월전 NAACP의 시 지부장이 된 돌레잘은 "나의 인종적 정체성을 둘러싼 화제가 국제적으로 일어날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고 말했다. 돌레잘은 이날 단체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예기치 못한 비난을 받고 사퇴했으며 지금은 가족이나 단체로부터 떨어져 있는 게 NAACP의 이익에 가장 부합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단체의 지역 지부장까지 지낸 그가 흑인이 아닌 백인이라는 사실은 부모의 폭로에 의해 드러났다. 돌레잘의 부모는 지난 12일 "딸이 왜 자신의 인종을 속일 필요를 느꼈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며 딸은 명백히 백인이라고 공개하며 과거 사진과 출생서류 등을 공개했다.
몬태나 주 트로이에 거주하는 그의 어머니 러선 돌레잘은 기자들에게 자신은 지난 수년간 딸과 접촉을 가진 바 없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자기 내외가 10여년 전에 4명의 흑인아이를 입양한 뒤 딸이 흑인행세를 했다고 밝혔다.
실제 이 여성은 피부색이나 헤어스타일 등 외모만으로는 흑인처럼 보인다. 옅은 갈색의 얼굴에 검은 머리를 한 돌레잘은 역사적으로 흑인들이 다니는 하워드 대를 다녔고 한 지방대학에서 아프리카 관련 과목을 강의하며 흑인남자와 결혼했다.
그는 자신이 왜 흑인 행세를 했는지에는 "나는 주변부의 목소리에 힘을 싣는데 늘 노력했다"라고만 하며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인종에 대한 질문은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다. 이는 다층적인 이슈다"라며 이해하기 어려운 말만 반복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스포캔 시는 돌레잘이 이 도시의 경찰 자문위원회 위원으로 신청할 때 자신의 인종에 관해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닌지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