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미국 백인 경찰관이 비키니만 걸친 14세 흑인 소녀를 무자비하게 힘으로 진압하는 동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해당 경찰관이 9일(현지시간) 결국 사표를 제출했다고 CNN 등 외신이 전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주 매키니 경찰 에릭 케이스볼트 경사는 지난 5일 인근 수영장에서 벌어진 파티 소동을 진정시키던 중 비키니 차림의 흑인 소녀 다제리아 벡튼(14)을 땅바닥에 내리꽂듯 진압했다.
궁지에 몰린 케이스볼트 경사는 직무 정지 상태인 9일 사표를 제출하고 약 10년 간의 경찰 생활을 매듭지었다고 미국 언론이 전했다.
이번 사건을 보는 인식에는 크게 백인 경찰의 인종차별 여부를 놓고 찬반을 논하는 시각과 인종차별을 떠나 어린 소녀에게 무자비한 힘을 행사한 것은 명백한 공권력 남용이라고 보는 시각으로 나뉘었다.
먼저, 경찰의 진압이 과격했지만, 소동을 잠재우기 위한 정당한 공권력 집행이라는 옹호론과 그렇다고 10대 비무장 청소년에게 총을 겨눌 수가 있느냐며 해당 경관의 파면을 촉구하는 강경론도 치열하게 맞서고 있다고 댈러스 모닝 뉴스은 전했다.
대다수 흑인 청소년에 섞여 있던 몇 안 되는 백인 소년으로 경찰의 무자비한 진압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은 브랜든 브룩스는 “케이스볼트 경사의 흑백 차별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그는 흑인 친구들만 골라서 땅바닥에 머리를 박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흑인 주민인 베넷 엠브리는 파티에 초대받지 않은 청소년들이 나중에 와 공동 수영장이 아닌 개인 주택의 수영장을 넘나들며 소동을 일으켰다는 점을 거론하며 “이번 사건은 인종 차별과는 무관하고 경찰은 질서를 유지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백인이 흑인보다 압도적으로 많긴 하나 그간 이런 일이 한 번도 벌어지지 않았다는 게 인종차별을 부인하는 이들의 주장이다.
경찰노조도 사유지 침범과 같은 학생들의 폭력 행위를 단속하던 과정에서 발생한 일일 뿐이라며 인종차별은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인종차별을 떠나 다 큰 성인 경찰이 연약한 소녀를 그렇게 다루는 것을 참을 수 없다고 주장하며 경찰에 항의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동영상을 보고 시위에 참가한 이들은 한결같이 경찰이 하고 싶은 대로, 심지어 약자를 상대로 공권력을 남용하는 것을 더는 볼 수 없다며 격분했다.
1000여명이 모인 이번 시위에는 인종차별에 반대해 흑인의 행동을 촉구하는 강경파부터 흑백 빈부 격차에 항의하는 사람, 이번 사건에 국한해 경찰의 무차별 공권력 사용에 항거하는 사람, 경찰의 해고 또는 기소를 촉구하는 사람까지 여러 부류가 모였다고 댈러스 모닝은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