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ㆍ의료진ㆍ건강한 사람도 감염…'메르스' 안전지대가 없다

2015-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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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휴교을 했다가 15일 정상 수업을 재개한 서울 강남구 세명초등학교에서 마스크를 쓴 학생들이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남궁진웅 timeid@]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메르스 감염자의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젊은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발병 초기 감염자들의 대다수가 60대 이상 고령에다가 기저질환이 있었던 것과 전혀 다른 양상이다. 메르스는 고령자들에게 주로 발생한다는 기존 주장이 설득력을 잃어가면서 이제 20~30대 젊은층들도 더 이상 메르스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5일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확진된 메르스 환자 150명 가운데 56명이 50세 미만의 젊은 환자다. 전체 환자 가운데 37%에 해당한다. 30~40대 환자가 38명으로 가장 많았고, 20대 환자도 7명, 10대 환자도 1명이었다.

연령대별 비중이 가장 높은 50~60대(40%.60명)와 비교해도 별반 차이가 없다. 그 밖에 70대 환자 25명, 80대 환자 9명 등이었다.

메르스가 처음 발병한 사우디아라비아 연구결과에 따르면 메르스는 고령자들에게 위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도 첫 확진자가 60대 후반 고령이었다. 발병 초기만 해도 60대 이상 고령이면서 당뇨·신장병·만성폐질환 등을 앓고 있거나 기저질환으로 항암제·스테로이드 등 약물치료를 받고 있어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이었다.

그러나 국내 발병 한 달이 지난 현재 메르스 감염 연령대는 20~30대로 낮아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20대 여성이 처음 메르스에 감염된 이후 '젊은 감염자'는 연일 증가 추세다. 서울아산병원에서 보안요원으로 일하다 감염된 92번 환자(27)는 젊고 건장한 20대 남성이었다. 삼성서울병원과 대전 대청병원에서 각각 감염된 142·143번 환자는 모두 31세 남성이었다. 145번 환자(37) 역시 메르스 확진자를 이송했던 민간 구급차의 구급대원이었다.

기저질환이 없다고 해서 반드시 안전한 것도 아니다. 감염 직전까지 건강하게 일하던 사람이 며칠만에 위독한 상태에 빠지는 경우도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 의사인 35번 환자(38)와 평택경찰서 경찰인 119번 환자(35)가 대표적이다.

30대 의사는 평소 비염 외에 별다른 증상이 없었지만 확진판정(6월 4일) 받은지 나흘만에(6월 8일)상태가 나빠져 인공호흡기를 달았다. 11일부터는 에크모(피를 몸 밖으로 빼내 산소를 공급한 후 다시 몸속으로 넣어주는 인공 폐)를 달아야 하는 심각한 상황이됐다. 119번 환자도 30대 건강한 사람이었음에도 확진판정(6월 10일) 이틀만에 에크모를 달았다.

또 81번 환자(60)는 별다른 질환이 없는 건강한 사람이었음에도 메르스 감염으로 사망했다. 삼성서울병원에 친척 병문안을 갔다가 감염돼 지난 9일 확진판정을 받은 이 환자는 특별한 지병이 없었음에도 메르스에 감염된 후 폐렴 증상이 악화돼 숨졌다. 51번 환자(72)도 고령이라는 점 외에는 특별한 지병이 없었지만 확진 6일만에 폐렴과 급성신부전증·다발성 장기부전 등으로 사망했다.

메르스 감염환자의 심폐소생술을 하다 감염된 148번 환자(39)를 포함해 의료진 감염도 26명으로 늘어나면서 정부의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메르스 총력 저지를 선언한지 한 달이 다 되가지만 감염은 병원 내 환자와 환자 가족, 의료진, 외래환자, 보안요원 등으로 점차 광범위하게 퍼지는 상황이다. 

권덕철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총괄반장은 이날 언론브리핑을 통해 "(우리가 상황을 판단할 때)잠복기가 끝났기 때문에 어느 정도 진정세로 돌아서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정부 관리망 밖에 있던 추가감염자가 나타나면서 관리 부실이 드러났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이어 그는 "노출되지 않았다고 생각한 감염자가 등장하면서 부산 등 추가적으로 지역 확산이 우려된다"며 "이들을 어떻게 관리하는지가 현재 방역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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