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재벌 내수악화 나 몰라… 유보율 110%p 훌쩍

2015-06-08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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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김효곤 기자]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국내 경제성장률이 메르스 사태로 인한 내수악화로 2%대까지 추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지만, 5대 재벌은 여전히 곳간에 쌓아두는 돈을 늘리며 풀지 않고 있다.

5대 재벌에 속한 상장사가 기록한 1분기 사내유보금은 1년 만에 30조원 넘게 늘어난 4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유보율도 110%포인트 이상 높아져 1600%에 맞먹는다. 정부가 내놓은 유보금 과세 방안이 무색해진다.

8일 공정거래위원회ㆍ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대 재벌인 삼성그룹 및 현대차그룹, SK그룹, LG그룹, 롯데그룹에 속한 전체 상장사가 1분기까지 쌓아둔 사내유보금(비금융사 개별 재무제표 기준)은 총 399조249억원으로 전년 동기 366조9600억원 대비 8.7%(32조649억원) 증가했다.

사내유보금은 기업이 자본거래나 영업에서 발생한 이익 가운데 배당 또는 임금으로 나간 돈을 제외하고 회사 내에 남아있는 돈을 이른다. 현금성자산 외에 기계설비나 공장도 여기에 들어간다. 유보율은 다시 유보금을 자본금으로 나눈 것으로 이 비율이 높으면 투자에 소극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5대 재벌 상장사는 1분기 말 현재 평균 유보율이 1587.7%에 달했다. 1년 전 1473.9%보다 113.8%포인트 뛰었다.

유보금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삼성그룹이다. 14개 상장사가 1분기에 기록한 유보금은 총 170조65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 증가했다. 유보율도 3797.9%로 집계됐다. 2014년 상장한 제일모직은 유보율이 2만3294.5%에 달했고, 삼성SDS도 1만565.9%로 나타났다.

현대차그룹(10개사)이 쌓아둔 유보금은 1분기 102조6000억원, SK그룹(16개사)도 56조원에 달했다. 각각 1년 전보다 10.7%와 11.2%씩 늘었다. 유보율은 현대차그룹ㆍSK그룹이 각각 1701.7%와 795.6%로 집계됐다.

현대차그룹을 보면 현대글로비스가 유보율 1만3077.8%로 가장 높았다. SK그룹 SK텔레콤은 3만4970.7%로 5대 재벌 상장사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LG그룹(11개사)이나 롯데그룹(7개사)도 마찬가지다. 유보금이 각각 41조7700억원, 28조500억원으로 1년 만에 4.3%와 3.2%씩 늘었다. 유보율은 LG그룹ㆍ롯데그룹이 각각 591.8%와 5414.9%로 집계됐다.

정부는 올해부터 유보금에 과세하는 '기업소득환류세제'를 3년간 한시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유보금을 배당이나 임금, 투자로 풀어 민간 소비를 높이면 내수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취지에서다.

물론 유보율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 회사가 현금을 쌓아두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돈이 공장 설비를 비롯한 고정자산이나 연구개발(R&D)에 쓰였다면 유동자산(현금)은 줄어도 유보금 규모에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재 유보율 수준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경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은 "우리 기업은 평균적으로 현금성자산이 과도하다"며 "해마다 발생하는 이익 가운데 유보금으로 두는 일정액을 꾸준히 투자하지 않았고, 배당에도 인색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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