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일본 총리를 뽑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67)이 승리했다. 이시바 신임 총재는 다음 달 1일 임시국회 지명 투표에서 일본의 102대 총리로 선출된 뒤 새 내각을 발족시킬 예정이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은 다수당인 집권당 당수가 총리를 맡는다.
27일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개최된 제28대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는 유효투표 414표 중 215표를 얻어 과반수를 차지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상은 194표였다. 앞서 1차 투표에서는 154표를 획득해 다카이치(181표)에 밀렸으나, 결선에서 결과가 뒤집혔다.
이시바는 결선투표 승리 후 연설에서 "일본을 안전한 나라, 안심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겠다. 몸과 마음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현 총재인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자민당 파벌 비자금 스캔들의 책임을 지고 연임 도전을 포기하고 선거에 출마하지 않은 데 대해 "대단한 결의를 갖고 자민당이 다시 태어나도록, 다시 한번 국민의 신뢰를 되찾도록 결단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하나가 돼 그것에 응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시바는 또한 2021년 자민당이 정권을 탈환했을 때의 상황을 언급하며 "자유롭고 활기찬 토론이 가능한 자유민주당(자민당), 공정하고 공정한 자유민주당, 그리고 겸손한 자유민주당으로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정권을 탈환했다"며 "다시 한번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시바는 한국과 일본의 관계에서는 온건파로 분류된다. 일본 자민당 고위 관계자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해온 인물이다. 지난 2020년에는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총리가 된다면 한국 역사를 더 공부하고 싶다”면서 “일본인 스스로 과거의 책임을 명확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일본의 통화정책 정상화를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해 왔던 이시바가 차기 총리로 확정되면서 달러·엔 환율은 1% 이상 급락했다. 닛케이아시아는 “이시바 후보가 엔저에 따른 물가 상승을 문제시하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일본은행의 금융 정상화 노선이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엔화 매수를 부추긴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