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엔저(엔화 약세) 속 수출부진에 메르스 변수까지 겹쳐 소비가 위축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금리 인하론이 대두되고 있지만 폭증하는 가계 빚은 여전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7일 한은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11일 전체회의를 열고 기준금리(현재 연 1.75%)를 결정한다.
그러나 엔저로 수출 부진이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 2일 공개된 4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금리인하에 표를 던진 위원은 하성근 위원 한 명뿐이었지만 다수의 위원들이 수출 부진 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한 금통위원은 "엔화 약세가 우리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금통위의 경기 우려가 높아졌고, 이에 따라 비둘기성향(통화완화)이 짙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산업생산은 두 달째 감소세를 보였고 수출은 올 들어 다섯 달째 작년 동기대비 감소행진을 이어갔다. 물가도 6개월째 0%대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앞서 이주열 한은 총재는 "2분기가 경기회복세 지속 여부를 판단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5월 '가짜 백수오' 파동으로 유통·주류·식음료업계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하고 6월 들어서는 메르스 변수도 커졌다.
메르스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내수침체로 성장률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 2003년 사스(SARS) 발병 당시 관련국인 홍콩과 중국의 경우 경제적으로 관광산업 위축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기도 했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팀장은 " "최근 메르스 확산으로 유커들의 방한이 잇달아 취소되고, 각급학교의 휴교를 포함해 정상적 사회활동에 제약에 생기면서 소비심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홍콩의 관광 위축은 경제성장에도 충격을 줘 경기 바닥 이후 회복을 시작하던 성장률이 다시 2003년 3분기에 마이너스로 전환되는 부진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미국이 이르면 오는 9월 금리 인상을 시사한 만큼 한은이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여력도 좁아졌다.
무엇보다 급증하는 가계부채는 기준금리를 내리기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한은이 집계한 1분기 말 가계신용(부채)는 1099조 3000억원이다. 이중 가계대출은 전분기 대비 12조 8000억원 늘어났다. 1분기 기준으로 증가폭을 따지면 2002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사상최대치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계속된 수출 부진에 통화정책으로 대응을 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지만 가계 부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한은 입장에서 큰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메르스 사태로 인한 파급력을 모니터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HSBC는 "메르스가 확산추세이긴 하지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해야 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며 "금리를 내려도 6월이 아닌 7월에 단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