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사태에서 ‘컨트롤타워 부재’ 논란에 휩싸였던 당·청이 뒷북 대응에 나섰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등 범야권의 광역 및 기초 단체장이 메르스 확산 사태에서 직접 지휘에 나서자 당·청이 서둘러 대응책 마련에 나선 모양새다.
실제 야권 지자체장 3인방이 “직접 지휘에 나서겠다”면서 ‘비밀주의’로 일관한 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하자 청와대는 5일 ‘통일준비위원회 민간위원 집중토론회’ 일정을 연기하고 메르스 사태를 국정의 최우선 순위에 올리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박 시장의 발표로 메르스에 대한 불안감 커지는 상황을 우려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안 지사도 충남도청 재난종합상황실에서 ‘대응상황 점검회의’ 주재하며 “도지사가 직접 나서는 건 도민들이 뽑아준 도지사로서 도민들 불안감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기 위해 상황을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시장은 실시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메르스에 연관된 병원정보를 공개하는 등 사실상 정부의 컨트롤타워 부재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컨트롤타워 없는 靑, 세월호 판박이
야당도 가세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메르스 대책위 연석회의에서 “박 시장이 서울시민의 안전을 위해 직접 나서서 서울시 자체 방역대책을 마련하듯, 박 대통령도 중심을 잡고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문 대표는 서울지역의 한 병원 의사가 시민 1500여명 이상과 접촉한 사실을 언급하며 “무엇보다 중요한 건 대통령이 직접 문제 해결에 나서는 것”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국가가 책임진다는 것을 이번만큼은 반드시 증명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정부는 심기일전해 메르스 대응 방법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며 “국가비상 상태라고 생각하고 지금이라도 위기 대응수준을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하라”고 꼬집었다.
확산일로인 메르스 사태에서 보여준 청와대의 국가재난대응책은 ‘함량 미달’, 그 자체였다. 확진 환자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고, ‘가능성 없다’던 3차 감염자도 현실화됐다.
초동 대처는 최악에 가까웠다.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첫 발열 증세를 보인 것은 지난달 11일. 이 환자는 그로부터 9일 뒤인 20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질병관리본부는 이 환자의 해외출장지인 ‘바레인’이 메르스 발생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검사를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 환자로부터 파생된 메르스 환자는 14명에 달했다. 컨트롤타워 없는 정부의 초동 대처 실패가 ‘메르스 공포’를 키운 셈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초동 대처에 실패한 정부는 이후 범종합 컨트롤타워를 어떻게 구성할지를 놓고 갈지자 행보를 보였다. 국무총리 직무대행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에서야 긴급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열고 사태 파악에 나섰다. 같은 날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센터 개소식 참석차 여수를 방문했다.
비판이 일자 박 대통령은 다음날인 3일 청와대에서 메르스 민관합동 긴급점검회의를 주재하며 “첫 번째 메르스 환자 확진 이후 2주 동안 감염자가 늘어나고 있고, 두 분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해 많은 국민이 불안해하고 계신다. 더 이상 확산이 안 되도록 만전을 기해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동안 여러 문제점들에 대해, 또 국민 불안 속에서 어떻게 확실하게 대처 방안을 마련할지 이런 것을 정부가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당·정·청이 메르스에 대한 정보공개를 안 하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정부가 밝혀야 한다’고 하자 즉각 ‘유체이탈 화법’이란 비판이 일었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으로 지적된 관료주의가 메르스 사태를 키우고 있다는 얘기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오전 박 시장이 서울지역 한 의사가 시민 1500여명과 접촉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어제 밤 발표를 둘러싸고 관계된 사람들의 말이 다르다”고 사태 수습에 나섰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같은 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단·정책위원회 연석회의에서 “사실 관계가 다른 이런 혼란이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