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현대차 그룹 등 대기업 그룹 계열사들은 기업 합병과 오너 일가 지분 축소 등의 방법으로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3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30대 그룹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을 정부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개정안이 입법 예고(2013년 10월)되기 이전인 2012년과 비교한 결과, 내부거래 규제대상 금액이 2년새 16조574억원에서 6조7376억원으로 58%나 급감했다. 줄어든 금액만 9조3198억원에 달했다.
정부의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지난해 2월14일 개정안 시행 이후 1년 유예 기간을 거쳐 올해부터 본격적인 감시를 시작했다. 대상은 공정거래법상 자산총액 5조 원 이상 대기업 집단에서 오너일가 지분이 30% 이상인 상장 계열사와 20% 이상인 비상장 계열사다.
규제 대상은 현대오토에버(8070억원), 이노션(1807억원), 현대머티리얼(103억원), 현대커머셜(54억원), 서림개발(2000만원) 등 5곳이 남게 됐다.
삼성도 규제대상 내부거래 금액이 1조8819억원에서 7769억원으로 58.7%(1조1049억원)나 급감했다. 옛 에버랜드가 웰스토리를 분사하고 건물관리업을 에스원에 양도하면서 6149억원 줄었고, 삼성석유화학과 삼성SNS가 합병을 통해 각각 2067억원, 2834억원 줄였다.
규제로 남은 곳은 제일모직(7769억원) 하나뿐인데, 향후 삼성물산과 합병하더라도 통합법인의 오너일가 지분이 30.54%로 추정돼 여전히 규제 대상으로 남게 된다.
SK그룹은 1조171억 원으로 4684억원이 줄었고, KCC는 KCC건설의 2730억원이 내부거래 규제대상 금액에서 제외됐다.
또 두산, GS, 동부, 대림, 한화 등이 내부거래 규제대상 금액을 1000억원 이상 줄였다. 현대백화점은 2135억 원의 내부거래액이 완전히 없어졌다.
규제 대상 기업은 22개 그룹 118개 계열사로 2012년보다 9개 감소하는 데 그쳤다.
오너일가가 없는 포스코, KT, 대우조선해양, 대우건설, S-Oil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고, 현대중공업과 금호아시아나는 규제 대상이 아예 없었다. 동국제강은 규제대상이던 1개 계열사가 2013년도에 빠졌다.
일감몰아주기 규제 탈피 방법으로는 오너일가 지분 매각이나 감소가 13건(54.2%)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계열사 간 합병도 8곳(33.3%)에 달했다. 계열사 제외는 2건(8.3%), 청산은 1건(4.2%)이었다.
규제 대상 기업수가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현대자동차그룹으로, 2012년 12개 사에서 5개 사로 줄었다.
현대글로비스가 대표적인 계열사로,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지난 2월 블록딜을 통해 지분 13.4%를 매각했다. 이에 따라 오너일가 지분율이 규제 기준(30%)보다 0.01% 낮은 29.99%로 떨어지면서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또 현대위아에 현대위스코를, 현대엔지니어링에 현대엠코를 합병시키면서 규제를 벗어났다.
삼성그룹은 삼성SNS를 삼성SDS에, 삼성석유화학을 삼성종합화학에 합병시켜 2개사를 제외시켰다. 합병 이전 오너일가 지분율이 삼성SNS는 45.8%, 삼성석유화학은 33.2%였다.
OCI 역시 2곳이 줄었다. 넥솔론, 유니드, 쿼츠테크가 오너일가 지분 감소로 대상에서 빠졌고, 오너일가 지분이 100%인 알제이씨홀딩스가 신규 편입됐다. 한진의 경우 규제 대상이 1곳 늘었지만, 한진칼이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정석기업을 합병해 규제 대상을 줄였다.
이 외에 SK, 한화, 현대백화점, KCC, 동부, 동국제강 등 유수 그룹들도 모두 합병, 지분매각을 통해 각각 1개씩 줄였다.
한편 GS그룹은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 계열사를 20곳이나 보유해 가장 많았다. 효성은 13곳, 부영 9곳, LS 7곳으로 집계됐다. 이어 현대·영풍·CJ가 6곳, 현대차·한화·OCI·한진이 5곳, KCC․동부․롯데․대림․두산 4곳, SK·미래에셋 3곳, LG 2곳, 삼성·현대백화점·신세계 1곳 순이었다.
규제 대상이 늘어난 곳은 5개 그룹으로 현대그룹이 3곳으로 가장 많았고, 두산이 2곳, 한진·LS·효성이 1개씩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