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신주의 되레 부추기는 '관치금융의 역설'

2015-04-30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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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이클릭아트]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금융당국이 지난해부터 줄곧 금융권의 '보신주의'를 질타하면서도 관치금융이 되레 금융권의 보신주의를 부추기는 역설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지나친 간섭으로 피해를 본 은행들이 더욱 보수적으로 경영 전략을 짜고 있는 것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들이 부실기업에 대한 추가 지원에 부정적인 입장을 속속 밝히고 있다. 그동안 당국의 보이지 않는 압박으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한계기업을 지원했지만 최근 부실사태가 잇따르자 추가 손실을 막기 위해 보수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추세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경남기업 사태다. 경남기업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금융감독원이 개입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관치금융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감사원은 지난해 11~12월 금감원에 대한 감사를 진행한 결과 금감원이 경남기업의 워크아웃 과정에서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에 부당하게 압력을 행사한 사실을 적발했다.

이같은 당국의 요구에 따라 채권은행들이 경남기업을 지원했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커다란 손실이다. 경남기업이 상장 폐지되며 대출채권 회수가 불투명해지자 채권은행들은 1조원이 넘는 손실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은행들은 부실기업에 대한 추가 지원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수익성에 문제가 생긴 상황에 정부의 코드에 맞춰 무리하게 지원을 계속했다가는 존립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최근 우리은행이 성동조선해양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에 반대한 것은 물론 KB국민·NH농협·신한·외환·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등 5개 은행이 SPP조선에 대해 추가 자금 지원을 거부한 것이 대표적이다. 결과적으로 관치금융이 되레 금융사들의 보신주의를 부추긴 꼴이 돼버린 것이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이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통해 발생한 손실에 대해 금융사 CEO(최고경영자)에게 과도한 책임을 묻는 것 역시 금융권의 보신주의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과거 우리은행장 재직 당시 파생상품 투자에 따른 손실로 인해 직무정지 중징계를 받은 사건이다. 우리은행은 2006~07년 신용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 부실여파로 1조6200억원을 손실처리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이에 대한 책임을 황 협회장에게 물어 3개월 직무정지를 내렸다. 이에 불복한 황 협회장은 행정소송을 제기, 3년간의 공방 끝에 승소했다. 결국 당국은 제재를 취소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에서 보신주의를 지적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규제와 갖은 요구에 맞추려면 더욱 보신주의로 갈 수 밖에 없다"면서 "관치금융이 계속된다면 보신주의 근절은 헛구호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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