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미국과 일본의 주요 대기업들이 잇달아 임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전 세계가 불경기로 움츠러든 가운데 국민 개개인의 주머니를 불려 소비 심리를 진작시켜야 경제를 회복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주요 기업 가운데 임금 인상으로 가장 먼저 주목을 받은 곳은 직원 130만명을 고용한 미국 최대 고용주 월마트다. 매출액(작년 4822억달러) 기준으로 미국 1위 기업인 월마트는 다음 달 시간당 임금을 9달러(약 1만원)로, 내년 2월 10달러(약 1만1200원)로 각각 올린다는 계획을 지난달 19일 발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월마트의 임금인상은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정체됐던 임금 상승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회복세를 보이는 미국 경제에 청신호“라고 지난달 21일 보도했다.
미국 기업의 임금 인상은 경제 강국인 일본에도 영향을 미쳤다. 엔화 약세로 기업 실적이 대폭 개선되자 자동차, 전자 부문의 대기업들이 임금을 올리기로 한 것이다.
일본의 대표 제조업체인 도요타는 월 기본급을 역대 최고 수준인 4000엔(약 3만7000원) 올리기로 했다. 닛산 자동차는 5000엔(약 4만7000원), 혼다는 3400엔(약 3만2000원)씩 월 기본급을 인상한다.
여기에 히타치(日立)제작소, 도시바, 파나소닉, 미쓰비시(三菱), 후지쓰(富士通), NEC 등 전자 분야 6개 대기업도 올해 월 기본급을 3000엔(약 2만8000원) 올리기로 했다. 1998년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아사히신문은 "소비가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는 물가 상승에 따른 임금 인상이 늦기 때문"이라며 “주요 기업의 임금 인상은 근로자들의 소비를 촉진해 일본 경제 전체의 선순환으로 이어지게 할 것”이라고 지난 19일 분석했다.
일본 대기업의 이러한 움직임은 임금 인상으로 소비를 촉진해 일본 경제 회복을 추진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경제정책과도 맞물려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12월 재계와 노동계, 정계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임금 인상이 앞으로 성장전략을 펴는 데 꼭 필요한 일”이라고 설득, “경제 선순환을 위해 임금 인상에 합의한다”는 문서를 받아냈다.
미국과 일본 기업들의 잇따른 임금 상승은 중국, 독일 등 주요국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중국의 베이징도 지난달 월 최저 임금을 1560위안(약 28만원)에서 1720위안(약 31만원)으로 10.3% 올렸고 뒤이어 하이난, 텐진, 후난 등도 최저 임금을 10% 안팎으로 인상했다. 독일과 영국 등 유럽의 주요 국가들 역시 올해 들어 최저 임금을 속속 인상했다. 영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저 임금을 3%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