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금융위원회가 금융사의 수수료 및 금리, 배당 자율성을 보장하기로 하면서 향후 파장에 대한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17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금융개혁 방향 및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임 위원장의 이 같은 방안에 대해 금융사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저금리 기조 장기화 등 그동안 금융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녹록치 않아 수익성 개선에 골머리를 앓고 있던 상황에서 일종의 돌파구가 마련된 셈이기 때문이다.
A은행 관계자는 "사회적 여론을 감안해 송금 및 인출 등의 수수료를 인하한 뒤 인상하지 못했다"며 "일종의 금기어로 어느 은행도 함부로 나설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지만 이번 방안으로 인상할 수 있는 여지는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동안 금융사들은 이자이익이 감소하자 비이자이익을 늘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사회적 여론 때문에 수수료이익을 늘리지 못했고 각종 규제로 비이자이익 역시 확대하지 못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은행의 총이익 38조5000억원 중 비이자이익 비중은 9.35%(3조6000억원)에 불과하다. 일본 은행들의 비이자이익 비중(20%대)이나 해외 선진 은행들의 경우 비중이 50%에 육박하는 것과 비교하면 작은 셈이다.
비이자이익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수료이익 역시 2011년 4조9000억원에서 2012년 4조7000억원, 2013년 4조1000억원으로 매년 줄었다. 지난해에만 다소 증가한 4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그동안 은행권 내부에서는 수수료 인상 등에 대한 논의가 일부 진행됐으나 수수료에 대한 사회적 여론 때문에 추진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일부 은행들은 섣불리 수수료를 인상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수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여전한 데다 임 위원장이 자율성 보장의 전제조건으로 합리적 결정체계 구축, 비교공시 강화 등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계좌이동제 시행 등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수수료 등을 인상할 경우 자칫 타 금융사와의 경쟁에서 밀릴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임 위원장은 "(수수료 등을 인상하기 위해서는) 금융사가 합리적이고 공정한 결정과정을 마련해야 하고 소비자들도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제조건 때문에 자율성 원칙이 지켜지지 못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또 다른 금융사 관계자는 "전제조건 중 합리적 결정체계 구축에 대한 금융당국과 금융사 간의 해석차이가 있을 수 있어 인상 또는 인하폭에 제한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금융사들이 기존에 존재하는 수수료를 인상 또는 인하하기보다는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를 통해 비이자이익을 늘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은 "국내 금융산업 특성상 기존 이체 또는 인출 수수료를 인상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기 때문에 고객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으로 비이자이익 확대를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영업규제 완화가 필수 선결조건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