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의 아트Talk] 신선미 VS 김현정 '헛갈린 한복입은 여자 그림'

2015-03-04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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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김현정 사건'에 신선미 그림 놓고 설왕설래 헤프닝..언론중재위 시정조치 사과문 게재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너무 비슷한 그림이어서일까. 한 방송사의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다시 미술시장 입방아에 올랐다.

 지난 1월 30일 채널A '직언직설' 프로그램은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 내 동양화가 김현정씨 비방혐의 재판 결과' 소식을 전하면서, 김현정 작가 작품과는 전혀 관계 없는 작품을 배경에 두고 패널들과 의견을 나눴다. 

 화면에 띄운 그림은 김현정 작가가 아닌, 신선미 작가의 작품(4점이나)이었다. 한 패널은 김현정의 작품을 전시때 봤는데 획기적이라는 말도 했지만 잘못 나간 그림을 지적하지는 않았다.


 이 방송후 신선미 작가 전속갤러리인 선컨템포러리(대표 이명진)가 발끈했다. "신선미 작가의 작품을 무단사용하며 신선미 작가의 명예를 훼손시켰다"며 언론중재위원회에 시정조치를 요구했고 결국 채널A는 4일 홈페이지에 정확한 사실을 알리는 사과문을 게재했다. 

 채널 A는 "김현정 작가 작품과 관련해 법적 다툼이 있는 등 세간의 주목을 받는 상황에서 제작진의 실수로 허가 없이 신선미 작가 작품을 사용해 당사자인 신선미 작가의 명예를 훼손하고 시청자들에게는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날 문제가 된 '김현정 사건'은 김씨에 비방글을 올린 서울대 졸업생이 벌금형을 선고받아 일단락됐다. 같은 서울대 일부 학생들이 "진지한 작가는 커녕 얼굴이나 팔아먹으려고 나온 사람"이라는 등의 비난 글을 올린 사건이다.

 

 그렇다면, 방송사가 실수할 정도로 두 작가의 그림이 정말 비슷할까?.

  두 작품 모두 '한복을 입은 여인'이 등장한다. '한복입은 여자'가 주인공인 김현정 작품은 미술시장에서도 '신선미 작품인줄 알았다"고 할 정도로 논란이 있었다.

 갤러리선컨템포러리측은 "김현정 작품이 시장에 나왔을때 컬렉터들과 미술시장 관계자들이 표절 아니냐는 논란이 증폭됐지만 당시 작가가 시끄럽게 하지말자해 덮었던 일인데 '김현정 사건'에 신 작가의 그림이 보여지면서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실제로 작품의 소재와 기법은 닮은꼴이다. (물론 따져보면 기법은 다르다. 신선미는 전통채색기법을 근간으로 현대적으로 해석했고, 김현정은 누드를 그리고 그위에 수간채색을 부각한 그림이다)

 특히  두 그림은 자신의 자화상으로 일상을 소재로한 '깨알재미'가 압권이다.

 차이라면 조신함과 섹시미정도랄까. 신선미의 작품은 얌전하면서도 귀여운 '한복입은 여자'가 가정적인 소박한 행복을 전하고, 김현정은 명품을 좋아하고 속살을 은근히 비추는 된장녀같은 '한복입은 여자'로 섹시발랄함을 풍긴다.

 
[신선미, 닮은꼴4 (Look alike 4) 2009 painting on Korean paper, 71x116cm ]
 

[김현정,<완벽한 밥상>, 한지에 수묵담채, 콜라주, 130×162㎝, 2014 ]

 

 밝은 색감으로 무장한 귀엽고 발랄한 '한복입은 여자'는 울산대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신선미 작가가 먼저 시작했다. 황석영의 소설 '바리데기' 소설 표지 그림으로 알려졌다. 2006년부터 '개미 요정'시리즈를 미술시장에 선보이며 한국화의 유망주로 떠오른 작가다. 국내는 물론 해외아트페어 경매사에서 작품이 거래될 정도로 인기였다.

 서울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김현정 작가는 대학원 재학중인 2013년 한 아트페어에서 작품이 솔드아웃되며 화제를 모았다. 한복입은 자신을 그린 그림은 당돌하고 발칙한 섹시미로 눈길을 끌며 '한국화의 아이돌'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두 작가는 침체된 한국화에 활기가 됐다. 하지만 여성작가로서의 길이 분위기를 좌우했다. 마치 바통을 이어받은 듯 김현정 작가가 뜬 건 신선미 작가 덕분이라고 과언이 아니다.

 신선미 작가가 결혼과 출산으로 2013년 이후 작품 활동이 뜸해진 반면, 김현정 작가는 2014년 개인전을 열고 SNS로 적극 홍보하며 매스컴을 탔고 신선미 작가의 그림을 잠시 잊게 만든 것이다.

 허니버터칩 품귀현상덕에 감자칩 시장이 반사이익을 봤다. 제품과 작품은 다르다. 따라하지 않으려 아예 엇비슷한 작품도 안본다는 화가들이 많은게 미술시장이다. 몇천원짜리 과자와 수백만원짜리 그림이 다른건 '입맛과 마음맛'의 차이다. 그래서 화가들의 작품활동이 어렵다. 반복재생되는 세상이지만 미술은 무엇보다 차별화가 생명이다. 작가들이 자존심을 걸고 고군분투하는 이유다. 비슷한 듯 아닌 듯 '썸타는 그림', 방송사의 웃지못할 헤프닝도 무리는 아닌 듯 보인다.
 

 

[김현정 작가가 2014년 4월 연 '내숭올림픽' 개인전 장면. 사진=박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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