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의 아트Talk] 김병종교수 "신선하다 호평속 중국서 작업하자 제안 잇따르네요"

2015-02-02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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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금일미술관에서 생명시리즈 전시..상하이~아트베이징등서 러브콜 중국활동 박차

[1월 31일 중국 베이징 금일미술관 초대로 중국에서 첫 개인전을 연 김병종 서울대교수가 붉은 꽃이 활짝 핀 '생명의 노래' 작품앞에서 인사말을 하고있다.]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 "김병종의 그림은 중국 화단에는 '신세계'나 다름없다. 전통 수묵화만 고집해온 중국 화가들이 김병종 작업에서 보고 배워야 할 점이 많다. 중국 화단에 큰 자극이 될 것이다." (아트베이징 디렉터 동멍양(董夢陽))

 지난달 31일 중국 베이징 금일미술관 3호관은 한국에서 온 김병종 화백(62·서울대 교수)에 집중됐다. '시진핑의 작가' 전시가 펼쳐졌기 때문.  전시장은 김화백이 30여년간 작업을 이어온 '생명의 노래' 시리즈 등 총 70여점이 화려하게 걸렸다. 특히 생명의 기운을 전하는 붉은 꽃 그림은 붉은 색을 좋아하는 중국 관람객들에 인기였다.  

 이 전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7월 한국을 국빈 방문해 서울대에서 강연한 것이 직접적인 '인연'이 됐다. 서울대 측은 당시 시 주석에게 답례로 김 화백이 서울대의 겨울 풍경을 그린 '서울대 정문'을 증정했고, 이를 계기로 중국 미술계에서도 그의 작품을 주목하며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이날 가오펑(高鵬) 금일미술관장은 "시 주석 때문이라도 뜻깊은 전시이지만, 김병종은 동서양 화법의 절묘한 조화를 추구해온 작가로 이미 중국 화단에 알려져 있었다"면서 "생명에 관한 그의 시적이고도 명상적인 고찰이 중국인들에게도 큰 공감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금일미술관은 중국 최초의 민영미술관으로 중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사립미술관이다. 
 
 이번 전시에는 대형전시장 규모에 맞춰, 500호에서 3m가 넘는 1000호 크기의 대작들도 선보였다. 발묵(發墨 )과 파묵(破墨)의 혼재, 묵선(墨)과 색채의 음악적 율동이 유쾌한 자유로움을 선사하며 동양화 고유의 정신적 풍요를 현대적 미감으로 창출한 작품은 "이채롭고 신선하다" 는 평론가들의 뜨거운 반응이 쏟아졌다. 대놓고 "중국에서 작업하자"는 권유가 이어졌다.

 

[먹과 채색 동양과 서양기법이 혼합된 김병종화백의 '생명의 노래' 시리즈는 붉은 꽃이 화면에 번지듯 담겨 중국관람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박현주기자]

  

 "평론가들이 제 작품이 중국하고 잘맞는 것 같다. 작가활동의 상당부분을 중국에 와서 하는게 어떻냐고 제안을 해오고 있습니다."

 중국에 가기전 "마음이 무겁고 긴장이 됐었다"는 김 화백은 중국미술평론가들의 호평에 K-아트, 한류의 가능성을 체감했다. 

 유럽등 세계무대를 거쳐, '생명연작 시리즈'로 중국에서 첫 개인전, "특히 동양화의 본산지인 중국에서의 평가여서 더욱 기쁘다"는 김 화백은 "현대작가들이 뉴욕 첼시에 가는것 못지않게 중국에서의 이번 전시는 한국화가로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김 화백은 80~90년대 이미 유럽화단을 휘어잡은 한류 스타작가였다. 프랑스, 독일, 헝가리, 벨기에, 영국 등에서 전시회를 열었고, 대영박물관에도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1994년 파리 미술마켓 피악(FIAC)에서는 작품이 '르 피가로'에 소개되는 등 출품작 19점이 개막 첫날 매진되기도 했었다. 90년대는 '없어서 못파는 작품'으로 미술계에서 '김병종의 시대'를 풍미한 작가다. 

 하지만 전통화의 본산지라는 중국은 감히 엄두를 못냈다. 한중수교 이듬해 1993년 창립된 한중미술협회에 창립회원으로 참여한 뒤 한중 간 미술교류 활동도 이어왔지만 정작 개인전은 한번도 열지 못했다.

 22여년의 세월이 흘러 중국미술시장이 세계미술시장을 호령하고 있는 21세기, 중국에서 전시를 열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한일이어서 더욱 감회가 새롭다.

"중국에서는 수묵화와 채색화가 엄격하게 분리되어 있어 저같이 한 화면에서 전통적이면서 동시에 컨템포러리한 이런 기법의 작품은 없다고 하더군요."

 김 화백의 브랜드가 된 '생명'연작은 진심이 담겼다. 30여년전 연탄가스로 죽을 고비를 가까스로 넘긴 후 탄생했다. 생명의 크고 작음 혹은 경중을 구분하지 않으며, 그 어떤 미물이라도 생명은 귀중하다는 작가의 생명존엄의 철학이 흐른다. 숲과 강, 새와 물고기 등 다양한 생명체들이 사람과 차별 없이 생명의 기운으로 생동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생명의 노래'는 그의 대표적 상징인 ‘붉은 꽃’이 등장하면서 점차 자연이 주는 색에 집중하고 있다.

 
전통 산수화에 화려한 색이 결합된 김화백의 작품이 중국미술계에서 주목 받은건 필묵을 중심으로한 서양기법을 수용한 특유의 기법때문이다. 먹과 채색 동양과 서양기법이 혼합된 퓨전형태이면서 동양화의 번짐 파묵을 수용한 현대적인 미의식이 색다르다는 반응이다.   

 중국은 수묵화가 채색화로 분류가 엄격하다고 한다. 수묵화작가만 100만명이지만 전통적인 방법과 발상으로만 작업하고 있다.

 '김병종만의 화법'이 수묵의 본산지인 중국에서 인정 받으면서 김 화백은 "우리 전통미술도 한류가 충분히 될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저는 한국화가이자 교육자입니다. 어디에서 전시했다는 커리어를 넘어서 이번 전시는 서울대 졸업생은 물론, 한국화 후배작가들의 중국 무대진출 가능성을 확인시켜준 자리입니다. 앞으로 중국의 주요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수평적인 교류를 해나갈수 있는 가교역할을 할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 화백은 중국미술시장에 진출하며 두번 놀랐다고 한다. "아들뻘인 85년생 중국 작가의 작품값이 10억정도 하는 것을 봤다"며 "비정상이긴 하지만 중국에 와보니 중국은 컨템포러리현대화만 강세인줄 알았는데 국화(전통화)가 위축되지 않고 활발해 깜짝 놀랐다"고 했다. 또한 김 화백은 "중앙미술학원 교수들의 작품 100호가 5억원정도에 거래되고 있다"면서 "정부에서 '국보급 작가'로 관리하며 자국적인 양식에 대한 보호와 지원이 강하다"며 내심 부러움과 아쉬운 마음도 내보였다.

  현재 중국미술시장은 5조원 내외로 특히 자국화 전통 서화시장이 우세하다. 미술시장이 팽창하면서 부작용과 역기능이 많지만 중국은 미술품으로 미국과 맞대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미 중국의 수묵화가 제백석(1864~1957)의 작품한점이 718억에 팔려 세계 1위 피카소를 누르고 미술시장을 제패하고 있다. 또 제백석에 이어 부포석 서비홍등 중국 서화작가들이 세계10대 작가안에 들어있다.

 반면, 국내미술시장 규모는 4000억원대선. 특히 한국화, 전통화는 찬밥신세다. 세계미술시장 흐름이기도 했지만 1990년대 이후 한국화시장은 위축됐고, 해외에서 유명세를 탄 단색화등 서양화가 득세하고있다. 작품값도 서양화의 1/10수준으로 떨어졌다. 현재 김화백의 작품값은 서울옥션에서 2007년 9월 경매에 100호(97*165cm)크기가 4200만원에 팔려 최고가 낙찰기록을 갖고있다. 장우성 김기창화백등 유명 작고화가에 비해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는게 화랑가 전언이다.

 

[생명의 노래 190X260cm 혼합재료에 먹과채색2007]


 성공적인 전시에 힘입어 김화백은 중국에서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금일미술관 가오펑관장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도판화'가 떠오르고 있다. '도자기같은 그림'이다. 화면처럼 얇은 도자판위에 필묵과 색채의 맛을 살리는 작품이 새로운 장르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는 것.  김 화백은 "가오펑 관장이 중국에 많이 머물면서 작품을 했으면 좋겠다. 당장 경덕진에 가서 작품을 하자며 중국에서 활동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양화가로 서양의 기법을 과감히 수용하며 한국화를 혁신시킨 그는 늘 변화와 선두에 서왔다. "감동적이며 살아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 붓의 움직임을 통해 삶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싶다”는 그의 화업의 철학이 이제 중국대륙에도 전해지고 있다. 김화백은 "베이징 전시에 이어 상하이 메이저갤러리, 아트베이징, 폴리옥션의 러브콜을 받고 화려한 중국무대 진출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미술시장에서 '(한국화)생명의 온기'를 지피고 있는 그의 작품이 한국화의 맥박을 다시 뛰게하고 있다.  번짐과 발묵의 색채 감각과 힘있는 한국 전통의 붓맛을 유감없이 발휘한 이번 전시는 3월 9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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