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피카소와 함께 현대미술작가 중 비싼 작가로 꼽힌다. 2007년 5월 뉴욕 소더비경매장에서 그의 '화이트센터'가 7280만 달러(약 795억원), 2012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Orange, Red, Yellow '(1961)가 8700만 달러(약 956억2170만원)를 기록하며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됐다.
'추상표현주의의 거장'으로 불리는 마크 로스코(1903~1970)이다.
비싼 작품값보다 더 유명세를 탄 건 스티브잡스 때문이었다.
단순한 표현. 선, 명상에 빠졌던 잡스에 딱 어울리는 그림이었다. "단순함이 최고의 가치이자 아름다움"이라고 했던 잡스의 말은 로스코의 그림에서 왔다. 그의 작품은 절제된 구도 속에서 사색적이고 종교적이며 고요한 명상의 이미지를 안겨준다.
일체의 형상을 거부하고 '색으로만 침묵하는 그림', 로스코는 현대 미술사에서 잭슨 폴락(1912~1956·미국)과 함께 양대 산맥을 이루는 작가다.
푸른 '점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를 남긴 김환기가 "가장 존경하는 예술가”라고 꼽은 인물이기도하다.
1903년 러시아에서 태어난 유대인으로 10대에 미국으로 이민 간 로스코는 깊은 사색, 우울의 극한을 캔버스에 담아냈다. 넓게는 추상미술, 표현주의, 초현실주의, 색면회화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다가 1970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아무것도 없지만 그의 그림 앞에 서면 마음이 울려 '눈물을 흘린다'는 사람들이 많다.
로스코는 생전 "내 그림 앞에서 우는 사람은 내가 그것을 그릴 때 가진 것과 똑같은 종교적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했다.
마크 로스코의 작품 50점이 한국에 온다. 오는 3월23일부터 6월28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 전시된다.
미국 워싱턴내셔널갤러리가 소장한 로스코 작품이 한국 나들이를 하는 것으로는 이번이 가장 규모가 크다. 보험평가액만 2조5000억원어치다.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서울로, 그리고 미국 휴스턴 미술관까지 이어지는 순회전으로 내셔널 갤러리에서 특별기획한 전시다.
전시 제목은 '스티브 잡스가 사랑한 마크 로스코'전이다. 잡스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왜 로스코의 작품에 끊임없이 주목하는가를 그의 작품을 통해 되짚어보는 회고전으로 선보인다.
1920~40년대의 사실적인 초기작에서부터 초현실주의와 신화, 철학의 영향을 받은 과도기적 작품을 거쳐 그의 예술 세계를 완성하게 되는 1950, 60년대의 추상화를 시대별로 감상할 수 있으며 시간에 따른 작가의 예술적, 정신적 발전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로스코 작품세계의 궤적을 밟아가며 신화의 시대, 색감의 시대, 황금기, 벽화의 시대, 부활의 시대 등으로 구성된다. 초기 대표작 중 하나인 '지하철 판타지', 신화를 소재로 한 '안티고네', 수평 구도로 화면을 분할하고 특유의 색채를 나타낸 무제(untitled) 작품들, 시그램 벽화 스케치 그리고 붉은빛으로 물든 로스코의 마지막 작품까지 전시된다.
이번 전시를 공동 주관하는 코바나컨텐츠 측은 “로스코는 관람객이 자신의 작품과 교감해 그로 인한 공명으로 보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고자 했다”며 “추상회화의 본질과 형상뿐 아니라 그 기능에 남다른 시각을 제공한 로스코의 작품세계를 느낄수 있게 하기위해 전시장에 로스코의 작품으로 벽면을 채운 미국 휴스턴 소재 로스코 채플을 일부 재현해 그의 어두운 색감의 회화 7점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02)532-4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