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의 아트Talk] 그리움 불러낸 선화랑 '예감'전

2015-03-02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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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작가 발굴 기획전..정영주 김세한 강준영 안광식 이동수 이만나의 '시공간 합성하기'

[선화랑이 올해 주목할만한 작가로 선정한 (좌측)이동수,안광식,강준영, 정영주, 김세한 작가가 한자리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만나 작가는 이날 참석하지 못했다. 자신=박현주기자]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잃어버린 시간들. 그리움은 그림이 된다. 뜬 구름같은 인생을 잡기위해 그림이 있다. 지나간 것들에 대한 애틋함, 갑자기 깨닫는 빈자리, '그리움은 다 그림'이다.

 아련한 그리움을 불러낸 전시가 열리고 있다. 36년째 서울 인사동 터줏대감 화랑 선화랑에서 펼친 '예감'전이다.

 시어머니인 고 김창실사장의 뒤를 이어 선화랑을 이끌고 있는 원혜경 사장의 기획전으로 어머니를 그리는 전시이기도 하다. '예감'전은 2004년 김창실 사장이 젊은 작가를 발굴하고 후원하기위해 마련한 전시로 2005년까지 하다 중단됐었다.  지난해부터 다시 어머니의 뜻을 이어 시작한 이 전시는 1차 시장인 화랑의 역할을 보여준다. 미술시장 불황속에서 활발한 활동을 예고하는, 올해 주목할만한 작가를 선보인다는 점에서 의미있다. 작년과 달리 올해는 나이제한을 두지 않고 6명(정영주 김세한 강준영 안광식 이동수 이만나)을 선정했다. 

 '시공간 합성하기' 부제로 연 이번 전시는 각각의 그림마다 추억의 앨범같은 그리움이 담겼다. 모두 30~40대의 작가들이지만 팝아트에서 변화된 흘러간 옛 정서로 옮겨간 미술트렌드를 엿볼수 있다. 사람들이 분주히 스쳐 지나가도 혼자인 것 같은 느낌이거나 삶의 비늘들이 곤두섰을때 관람하면 위로 받을수 있는 그림들이 있다.


 

[정영주,도시 사라지는 풍경91x65 캔버스위에 한지, 아크릴릭 2015 ]


 작가 정영주는 '달동네 풍경'을 그려냈다. 수많은 집들이 서로 부대끼고 있는 동네는 어스름한 저녁이 시작된 분위기다. 반딧불이 같은 노란 불빛이 따뜻하게 마음을 이끈다. 신림동 봉천동에서 자랐다는 작가는 파리 유학후 한국에 오니 고향이 없어진것 같았다고 했다.

 어느날 남산에 올라가 아래를 쳐다보다 빌딩숲 사이로 오래된 집들을 바라봤다. "꼭 나의 모습같았다." 유학갔다와도 되는 것 없는 삶, 열심히 사는데도 알아주지 않는 소외감이 그 집들에 겹쳐졌다. 반항의 심리처럼 작고 오래된 집들을 빌딩 사이에 넣는 것이 아니라 드러내고 싶었다. 어려서부터 객지생활을 해온 그는 모두가 따뜻한 마음으로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집을 모아놨다. 집을 짓듯 하나 하나 한지를 말아 부치고 만들기를 반복한다. 100호 크기에 하루12시간 꼬박 매달리는 "굉장히 힘들고 아프게 고생되게 한 작업"이다.  "나는 열심히 힘들게 작업해야 된다는 것 같다"는 작가는 '이 작업은 나의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이 그림을 하면서 외로움에서 벗어났다"고 했다.

 

[ 김세한, Dot-city lights. 112.1x193.9. acrylic on canvas 2012 ]


 온화함이 밴 정세영과 달리 김세한의 작품 발광하듯 튄다. 빠르게 흐르는 도시의 밤풍경을 형광색으로 담아냈다.

붓하나로 일일이 점을 찍은 그림이다. 교직생활을 하다 전업작가로 돌아선 작가는 '생계형 작가'로 관람객의 반응에 민감하다고 했다. '캔버스가 전광판'이라는 작가는 대구에서 올라와 어느날 본 서울역앞에서 반짝 전구가 켜졌다. 서울역 스퀘어에 줄리언 오피의 미디어아트를 보고 놀랐다. 어두운 도시에 빛이 나오듯 줄리가 걸어가는 모습, 순간적이고 역동적인 도시야경은 그렇게 탄생했다. 검은 바탕에 형광색으로 찍은 빌딩숲에 세계 유명작가들의 작품을 집어넣었다. 인간의 화려한 욕망의 그리움이 담겼다.

 

[항아리와 회화를 함께 전시한 강준영 작가.사진=박현주기자]


 도자기와 회화를 함께 선보인 강준영 작가는 항아리를 캔버스처럼 사용한다. 어릴적 할머니집 뒷마당에 있던 항아리들을 불러냈다. 할머니 할아버지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가족에 대한 사랑의 힘을 깨닫게 됐다. 항아리위에 판박이를 붙이거나 영감을 주는 짧은 메시지를 적었다. 꺼내기 쉽지 않은 유년기, 가족 이야기를 통해 세상속에 아픔이 있는 사람들을 보듬는 작업을 하는 작가는 힙합 디제잉도 하고 있다고 했다.
 

[물결에 햇빛이 일렁이는 강가풍경을 그려낸 안광식 작가. 사진=박현주기자]


 꽃그림이어서 여성작가일 것이라는 오해를 많이 받는 안광식 작가는 아련한 기억을 펼쳐놓은 듯한 그림을 선보인다. 물빛에 일렁이는 빛들과 한떨기 꽃들을 그린 작품은 초등학교때 본 강가풍경이다. 버스 창밖으로 보인 그 찰나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고 예쁘다는 기억은 화가가 된 후에 화면으로 그려졌다. 반짝이는 물결의 빛들. 작가는 "물은 인생이고, 점들은 사람들의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파스텔톤의 고요한 분위기의 작품은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찰나의 느낌을 전한다.
 

[이동수 Flow Bowl 200호 Oil on canvas 2014]


 이동수 작가는 거대한 질그릇을 그렸다. 사발이 놓인 공간 위로 스치듯 지나가는 흰 선이 신비로움을 더한다. 강원도 속초에서 작업한다는 작가는 "매일 보는 파도의 선이 무심결에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사발 그림도 우연히 탄생됐다. 그림의 변화를 모색하던중 스님과 차를 마시다가 찻잔에 꽂혀 사발 작업이 시작됐다. 긴 세월을 견뎌낸 질박한 그릇이 담긴 화면은 깊은 울림의 명상적 공간으로 이끈다.
 

[이만나 저택,91x117cm,Oil on canvas 2013]


5년간 독일유학생화에서 문화적 소외감을 느꼈던 이만나 작가는 익숙하지만 낯선 풍경을 보여준다. 이른바 '면벽수행'이라는 작가의 철학적 사유와 질문에서 나온 작품은 뭔가 가로막힌듯 생소함이 감돈다. 매번 접하는 일상에서 보는 공간이 낯섦으로 다가올때의 그 느낌을 잡아냈다. 바랜듯한 독특한 색감이 이상하고 낯선 기시감을 더한다. 전시는 17일까지.(02)734-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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