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핵심 학연 물갈이… 'KS 지고 YS 승승장구'

2015-02-23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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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ㆍ성균관대 이어 연세ㆍ서강대 출신 약진 두드러져

▲(왼쪽부터) 임종룡 금융위원장 내정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권선주 기업은행장, 김한조 외환은행장 [사진제공=각사]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현 정부 출범 이후 금융권에서 연세대와 서강대 출신 인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반대로 과거 MB정부에서 위세를 떨치던 고려대 출신은 갈수록 자취를 감추고 있다. 반짝했던 성균관대 출신 인사들은 상대적으로 주춤한 상황이다. 이를 두고 금융권 핵심 인맥이 'KS(고려·성균관대)에서 YS(연세·서강대)'로 물갈이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 정부 들어 연세대와 서강대 출신 인사들이 금융당국 및 금융사 CEO(최고경영자) 자리를 잇따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연세대 출신 인사들이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 금융당국 수장 자리에 오르는 등 눈에 띄는 약진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된 임종룡 후보자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지난해 임명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역시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시중은행장 중에는 권선주 기업은행장과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연세대 출신이다. 금융 공기업 중에서는 안홍철 한국투자공사 사장과 홍영만 자산관리공사 사장이 연세대 출신이다.

이에 연세대 출신 금융인 모임인 '연금회(연세금융인회)'도 주목받고 있다. 연금회는 지난 2008년 연세대 출신 금융사 CEO 70여명이 모여 만든 친목 모임이다. 연세대 출신은 타 대학에 비해 선·후배간 위계질서가 엄격하지 않고 개인을 존중하는 학풍으로 소통 능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서강대 출신들도 잇따라 CEO 자리에 오르고 있다. 특히 '서금회(서강금융인회)'는 서강대 출신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금융권 인사철마다 끊임없이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선임된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홍성국 대우증권 사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등이 서금회 출신이다.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의 경우 서금회 멤버는 아니지만 서강대를 나왔다. 차기 금융연구원장으로 거론되는 남주하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이른바 '서강학파'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금융연구원은 민간기관으로서 이사회 의장인 은행연합회장이 후보 추천권을 갖고 있지만 그동안 정부의 의중이 상당히 반영돼 왔다.

이에 반해 MB 정부 시절 득세하던 고려대 출신들은 점점 힘을 잃고 있다.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 등 고대 출신 인사들이 '4대 천왕'으로 불리며 요직을 차지했던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대조적인 모습이다.

현재 4대 금융지주 회장 및 주요 시중은행장 가운데 고려대 출신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유일하게 남아있던 서진원 신한은행장마저 최근 건강 문제로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24일 새로운 행장 선임을 앞두고 있다.

이순우 전 우리은행장과 김종준 전 하나은행장이 물러나며 다소 영향력이 줄어들었지만 성균관대 출신은 여전히 주요 금융사 CEO 자리에 포진해 있다. 지난해 선임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연임이 확정된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각각 성균관대 경영학과와 행정학과 출신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특정 학교 출신으로 인사가 편중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능력보다 정권 실세, 정치인과의 학연을 바탕으로 자리에 올라 사적인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편으로는 이같은 논란이 확산될 경우 뛰어난 능력에도 불가하고 특정학교 출신이라는 이유로 배제되는 역차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금융권 CEO가 대거 바뀌는 만큼 학연을 바탕으로 한 연금회나 서금회와 같은 논란이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특정학교 출신을 따지기 보다 철저하게 능력 위주로 평가받는 풍토가 하루빨리 정착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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