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봉현 기자 = 한전 전기공사 입찰 과정에서 10년간 뒷돈 134억원을 매개로 2700억원대 공사 업체 선정 비리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검찰 조사 결과 한전 입찰 시스템 서버를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시스템을 조작, 불법낙찰을 도와주고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업자들을 모아 박씨 등에게 연결해 준 주모(40)씨 등 공사 업자 총책 2명도 구속 기소했다.
박씨 등 4명은 2005년 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입찰시스템 서버에 접속해 낙찰가를 알아내거나 조작하는 방법으로 모두 83개 업체 133건(계약금액 2709억원)의 공사 입찰에서 특정 업체가 낙찰 받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 등이 업자들로부터 받은 뒷돈은 공사 대금의 1~10%가량 '커미션' 명목으로 1인당 6억~83억원씩 모두 13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한전KDN과 계약이 만료돼 더 근무할 수 없게 되면 후임자를 물색해 수법을 전수해 범행을 이어갔다. 집 등 외부 인터넷 망에서도 한전 입찰시스템 서버를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입찰정보를 지배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특히 입찰 시스템 조작은 외부인의 침투에 의한 범죄보다 내부자가 훨씬 손쉽고 위험성이 큰데도 한전 측은 통제시스템을 전혀 마련하지 않았다고 검찰은 지적했다.
더욱이 한전 KDN 파견 직원 퇴사 시 전임자의 추천만으로 후임자가 채용되는 관리상의 허점도 드러났다.
한전은 입찰 비리 외에도 나주지사 전·현 직원들이 업자들에게 월급을 받다시피 뇌물을 챙긴 사실도 적발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전 시스템 관리자들의 로그 기록에 대한 주기적 점검과 조작이 불가능한 구조로 입찰 시스템 변경 등 입찰 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을 한전 측에 촉구했다.
또 수십억원대 현금, 예금 등을 추징해 범죄수익 134억원을 모두 환수할 계획이다.
검찰은 한전KDN이나 한전에서 불법 사실을 알았는지 조사하는 한편 추가로 비리가 있었는지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