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1일(이하 현지시간)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대한 무력사용권(AUMF) 승인을 의회에 공식 요청했다. 이제까지 거부해 온 지상군 투입을 위한 길을 연 것이다. 인질 구출을 위한 특수부대 투입으로 제한하긴 했으나 공습에 의존해 온 IS 격퇴 전략에 대전환을 가져온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에 제출한 서한에서 “인질구출과 IS 지도부에 대한 특수임무 등 국제연합전선과 함께 지상 작전을 유연하게 수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라크와 아프간처럼 장기적이고 대규모 지상 작전을 위한 것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제출된 AUMF의 시한은 3년으로 무력행사의 발동을 “미국과 그 외 동맹국, 우호국에 대한 적대행위가 있을 경우”로 규정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지리적 제한을 별도로 설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 세계의 극단주의 무장 세력 격퇴를 시야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12일 분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요청한 AUMF에는 제한적 지상전 전개와 함께 정보수집 및 공유, 무력 공격, 작전계획 및 다른 형태의 자문 제공 등 지상전이 필요하지 않은 작전에도 미군을 동원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미군은 이미 이라크 정부군에 각종 형태의 자문을 해 주고 있으며, 조만간 시리아 온건 반군 훈련도 시작할 예정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을 전쟁의 수렁으로 빠뜨린 이라크 전쟁 등을 교훈 삼아 장기적인 미군 부대의 투입에 제한을 두는 형식을 취했으나 상황이 악화될 경우 주둔이 장기화될 가능성은 부인할 수 없다. 투입 규모도 인질 구출 작전 등 특수 임무로 제한해 소규모 투입을 상정했으나, 지상군을 투입하기 시작하면 조금씩 규모가 커지는 것이 이제까지 보여 온 미국의 전쟁 사례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 시기에 AUMF를 요청한 것은 IS 격퇴를 위한 공습에 한계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연합전선의 시리아·이라크 지역 공습은 2000회 이상 실시됐지만 억류된 인질에 대한 살해는 끊이지 않았다. 지난 10일에는 4번째 미국인 희생자가 나오면서 미국 여론이 분노에 휩싸였다.
미군은 현재 2001년 9.11테러와 알카에다 격퇴를 위해 2002년에 발효된 AUMF를 근거로 IS에 대한 공습을 실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러시아와 중국은 공습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인식을 보여 왔다.
이번 AUMF의 내용에 대한 미 의회의 의견은 양분되고 있다. 상·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은 대규모 지상 작전으로 한꺼번에 IS를 격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반면 민주당은 투입된 미군 부대의 권한을 제한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