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의 UHD 패널 1위 탈환이 신호탄이 됐으며 삼성전자가 최근 대만의 TSMC를 코너로 몰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상은 일시적인 게 아니라 국내 기업이 ‘절치부심’ 끝에 기술력을 제고하며 그간 대만에 뒤져온 상황을 뒤집었다는 점에서 특히 고무적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는 대만 TSMC와의 수주경쟁에서 잇따라 승전보가 들린다. IT전문매체 폰아레나는 3일(현지시간)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부문 14나노 핀펫 공정을 오는 2분기부터 애플과 퀄컴, 엔비디아에 제공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했다.
TSMC는 14나노 핀펫과 경쟁할 16나노 핀펫 플러스의 초기 시험생산을 지난해 말 시작했으나 본격적인 양산은 올 하반기에나 이뤄질 전망이다. 이에 애플은 차세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A9칩의 공급을 삼성전자에 할애했다. TSMC와의 물량 배분에 관한 소문은 분분하나 삼성이 다수를 맡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퀄컴도 그동안 대만에 의존해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비중을 낮추려고 삼성전자 또는 글로벌파운드리와의 새로운 협력관계를 모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글로벌파운드리와 손잡고 원디자인 멀티소싱 체계를 구축해 파운드리 선두인 TSMC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AMD 역시 TSMC와 글로벌파운드리 중 어느 쪽과 손을 잡을지 조율 중이다.
14나노 핀펫은 16나노 핀펫보다 속도 및 저전력 면에서 성능 우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삼성전자는 ST마이크로와 협력해 28나노 FD-SOI 파운드리 공정을 상반기 내 구축, 중보급형 시장에도 대응한다는 복안이다.
애플, 퀄컴, 엔비디아, AMD와 더불어 삼성 갤럭시S6에도 자체 AP 엑시노스칩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돼, 소문이 모두 사실이 될 경우 삼성전자가 세계 반도체 지형을 바꿀 수도 있다.
체면을 구긴 TSMC는 지난해 96억달러보다 높은 115억달러~120억달러를 올해 투자할 계획이다. 애플의 차세대 A10칩을 수주하기 위해 제조원가를 낮출 수 있는 InFO 패키징 기술도 내년 16나노 핀펫 공정에 적용할 예정으로 준비하고 있다.
앞서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말 UHD TV 패널에서 대만 이노룩스를 제치고 세계 1위를 탈환한 바 있다. 저가형 UHD 제품으로 시장을 선점하고 있던 대만 업체들을 2013년 1월 이후 22개월만에 따라잡은 것이었다. LG디스플레이가 독자적인 M+기술로 차별화된 UHD 제품을 개발한 것이 그 비결이다.
이같은 기술적 우위는 중소형 패널 시장에서도 대만 업체를 밀어내고 시장 리더십을 강화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대만 AUO가 지난해 4분기 애플향 매출이 없어 중소형 패널 출하가 줄어든 반면, LG디스플레이는 상대적으로 호실적을 거뒀다.
올해도 새로 출시되는 애플워치 등 스마트워치 신제품에 LG디스플레이의 플렉시블(플라스틱) OLED가 주로 채택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도체 D램 부문에서는 대만의 이노테라가 20나노 공정 전환 지연에 따른 출하량 감소를 겪으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에 반사이익을 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