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B2B인 반도체 사업으로 모바일 실적 부진을 만회하고 있으며, LG전자는 자동차 부품 시장 위주로 B2B 진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 반도체가 있는 삼성전자와 없는 LG전자 간의 실적 안정성 측면에서 차이가 드러났다.
삼성전자는 반도체가 전체 영업이익의 51%를 차지하며 모바일의 공백을 채웠다. 모바일은 갈수록 경쟁이 심해지는 반면, 반도체는 메모리 시장이 공급 과점화돼 상대적으로 불확실성이 덜한 편이다.
이와 관련 최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수요보다 공급의 부족으로 호시절이 왔다”며 “왜 그런 현상이 벌어졌냐면, (공급 부문)공정 전환의 난이도, 기술의 어려움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D램의 경우 20나노 벽을 넘어 다음 단계로 가고 있고, 낸드도 아무도 가지 않았던 V낸드를 통해 캐파(생산력)가 늘어났다”며 “올해 회사가 시장 빗그로스(비트단위 환산 생산량 증가율)를 상회하리라 보는 것도 의도적으로 늘리려는 게 아니라 기술력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력 사업이 대부분 B2C인 LG전자는 상대적으로 향후 실적 변동성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냈다. 모바일과 TV 모두 전분기에 비해 실적 하락이 두드러져 시장 전망치를 하회한 것이다.
모바일은 4분기가 성수기임에도 전분기비 출하량은 7%, 매출액은 11%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59.7%나 떨어졌다. 모바일 매출이 전분기비 감소한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히트작인 G3를 필두로 3분기에 정점을 찍은 뒤 내려오는 속도가 다소 빠르다는 지적이다. 거기다 모바일과 TV 주력사업의 경쟁심화는 앞으로도 수익성 측면에서 부담요인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요가 위축되고 후발업체와의 기술력 격차가 좁혀지며 B2C 영역은 갈수록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B2C 제품은 다양한 소비자 기호를 맞추기가 어려워 상품화 이후 실패할 확률이 존재하지만, B2B 제품은 선 수주계약 후 공급이 이뤄져 보다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외에도 수익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보안(녹스), 상업용 디스플레이(사이니지), 시스템 에어컨, 의료기기 등 B2B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LG전자 역시 B2B 영역을 개척하면서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다지려는 것으로 보인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를 직접 방문해 디터 제체 메르세데스-벤츠 다임러 AG 회장을 만나는 등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에 각별히 공을 들이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를 주관하는 LG전자 VC(Vehicle Components) 사업부는 그간 단독의 경영실적을 발표하지 않았는데 올 1분기부터는 공개할 계획이다.
LG전자 VC사업부 관계자는 “지난해 매출이 두자릿 수 성장을 해왔다”며 “카 인포테인먼트 주요 제품들이 자동차 메이커나 채택하는 차종‧지역 등이 늘어나 매출신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다른 사업과 달리 B2B를 하고 있어 수주 잔고를 중요한 경영지표로 보는데 계속 증가하고 있어 향후 성장이 가능하리라 판단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