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지난 26일 러시아 루블화가 또 다시 폭락했다. 이날 스탠다드앤푸어스(S&P)의 러시아 국채 신용등급 하락이 요인으로 지적됐으나, 루블화 폭락의 기점은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의 4000억 루블 규모의 회사채 발행 발표였다.
로스네프트는 2월에 예정된 채무 상환을 앞두고 조달 자금을 달러화로 바꿀 것이라는 전망이 급부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 점은 지난해 12월 발생한 루블화 폭락 배경과 비슷하다고 보도했다.
로스네프트는 12월11일 루블화 기준으로 회사채를 발행해 6250억 루블(당시 100억 달러)을 조달했다. 이때도 10일 후에 약 70억 달러의 채무 상환 기한을 앞둔 상태였다.
로스네프트의 회사채 발행을 둘러싼 수상한 점이 시장의 억측을 불러 일으켰다. 우선 로스네프트가 발행한 채권의 이율은 러시아 정부 국채를 밑돌았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로스네프트의 회사채 발행과 때를 맞춘 듯이 12월11일에 최대 7000억 루블의 유동성 공급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또 다음날에는 로스네프트의 회사채를 금융기관에 대한 유동성 공급의 담보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당시 시장에는 푸틴정권이 로스네프트의 채권을 국영 금융기관이 구입하도록 한 뒤 그 채권을 담보로 중앙은행이 인수해 중앙은행이 로스네프트에 대해 간접적으로 금융지원을 시행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때 시장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훼손된데 대한 우려가 고조되면서 루블화가 폭락했다”고 분석했다.
로스네프트는 푸틴 정권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특히 이고르 세친 로스네프트 회장은 푸틴 대통령의 측근 중 한명으로 알려져있다. 러시아의 다스베이더라 불리는 세친 회장의 동향에 시장이 주목하는 이유다.
이런 이유로 로스네프트는 서방국가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어 해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로스네프트는 2015년에 200억 달러 규모의 채무 상환이 다가오고 있다.
세친 로스네프트 회장은 “충분한 외화가 있다”고 강조하지만 시장의 불안을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불황에 대한 대책보다 푸틴 대통령이 세친 회장 등 측근이 경영하는 기업에 대한 구제를 우선시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로 서방국가와의 대립이 심화된 러시아에서는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시장을 중시하는 온건파의 힘이 약해지고 있다는 측면이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끝없이 하락하는 러시아 루블화에는 이러한 불안요소도 반영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