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대, 드라마를 보고 있자니 신선한 소재와 톱 배우들로 전형의 전형을 만들어낸 제작진을 사랑할 욕망이 들지 않으니 큰일이다.
22일 전파를 탄 ‘하이드 지킬, 나’ 첫 방송에서는 꿈으로 가득 찬 테마파크에서 유일하게 웃지 않은 오너 서진(현진)이 제 안의 ‘친절한 하이드’ 로빈을 숨기고 ‘냉혈안 지킬’로 살아가기 위해 “여자 금지, 스킨쉽 금지, 흥분 금지”를 모토로 사는 처절한 노력이 그려졌다.
근데 제 잘난 맛에 살면서 상대 입을 턱턱 막아버리는 화법까지…어쩐지 너무 낯이 익다. 2011년 자사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이미 익히 열광하던 바로 그 현빈이다.
“MP3 아니 MSP(맥박, 호흡, 혈압, 체온 수치를 반영한 신체 바이오 지수)”라는 웃지 못할 농담은 그렇다고 치자. 구서진이 제가 쓴 안경으로 MSP를 실시간으로 체크하는 모습은 로맨틱 코미디 남자주인공이 아니라 ‘아이언맨’쯤으로 보인다. 병원 장면도 마찬가지. 병원에서 “왜 못 들어가게 해요? 여기가 뭐 다 구서진씨 땅이에요?”라며 욱하는 장하나(한지민)에게 구서진 비서가 던진 “네, 모두 그분 땅입니다”라는 절망적인 대사보다 슬픈 건 “좋아. 네 땅 안 밟는다”며 건물과 건물을 줄타기로 이동하는 서커스 단장 장하나의 모습이다.
통통 리듬감이 느껴지는 대사와 차갑지만 어딘지 유쾌한 남자 주인공은 현빈의 히트작 ‘시크릿 가든’을 빼다 박았고, 정의롭고 정 많은 여주인공은 어느 한 작품을 꼽을 수 없이 많이 봐 온 캐릭터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이 ‘하이드 지킬, 나’를 위해 만들어진 말은 아닐 텐데 1회 히든카드라 불리며 하이라이트 영상에서도 공개하지 않은 조악한 CG의 고릴라마저 영화 ‘미스터 고’에서 본 것이니 말 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