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 코스피가 유로존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1920선을 되찾았다. 유럽중앙은행(ECB)이 700조원에 맞먹는 돈을 풀 것으로 기대돼 우리 증시에도 적잖은 자금유입이 점쳐진다.
이날 기관·개인이 각각 1670억원, 143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으나, 외국인이 800억원어치 넘게 사들이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외국인은 이틀 연속 순매수에 나서 총 1129억원어치를 샀다.
ECB는 현지시간 22일 실시하는 통화정책회의를 통해 '미국식' 양적완화책을 내놓을 것으로 점쳐진다. 미 블룸버그는 월가 전문가를 인용해 "ECB가 올해 첫 통화정책회의에서 5500억유로(한화 690조원) 규모 국채매입을 실시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 경기가 둔화되면서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기회 있을 때마다 양적완화책을 시사해왔다.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도 마찬가지로 ECB에 대해 자산매입을 부추겼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회의를 통해 ECB에 대한 신뢰를 개선하고, 유럽 경기가 반등을 시도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코스피가 바닥을 다지는 데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도 ECB 국채매입은 우리 증시 수급을 개선해줬다. ECB는 2011년 12월 1차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으로 4890억유로, 2012년 2월에는 2차 LTRO로 5300억유로를 풀었다.
외국인은 1차 LTRO를 발표한 직후부터 2차 LTRO를 발표하기 전까지 약 11조원어치 주식을 코스피에서 순매수했다. 당시 코스피도 1850선에서 2030선까지 올랐다. 유럽계 자금은 2012년 1분기에만 우리 증시에서 5조6000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같은 해 연간으로도 9조4000억원에 이르는 매수우위를 기록했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사례보다 뒤늦게 움직이는 면도 있지만, 유럽계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본다"며 "2014년 일본이 양적완화를 했을 때도 중국계와 일본계 자금이 순매수 상위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양적완화로 자국 통화가치가 떨어지다보니 캐리 트레이딩 움직임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ECB 정책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는 경기민감주에 주목하라는 조언이 나온다. 김대준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1차 LTRO를 실시한 후 외국인 투자자는 에너지와 화학 같은 경기민감업종을 주로 매입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시장보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고, 영업이익률 전망치 개선이 빠른 에너지를 비롯해 조선, 건설, 기계, 화학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