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원장이 이번 인사에서 철저하게 능력과 평판을 바탕으로 부원장과 부원장보를 선임하면서 금감원 임원진이 특정 학교 또는 지역 출신에 치중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비단 금감원 임원 인사에 그치지 않고 금융권 전반에 인사의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 금감원을 떠나는 전 임원들에게 최대한 예우를 갖출 것을 직원들에게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진 원장이 이른바 '스펙'을 초월한 임원 인사를 단행하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출신 학교와 지역 등이 어느 때보다 고르게 배분됐다는 평가다.
의도적으로 스펙을 배분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특정 학교나 지역 또는 인맥을 인사 기준에 반영하지 않은 것은 객관적인 사실로 보인다.
눈길을 끄는 것은 부원장보 승진자인 양현근 국장과 김영기 국장이 각각 광주상고, 안동상고 출신이라는 사실이다. 앞서 승진한 박세춘 부원장도 중앙상고 출신이다. 임원 13명 중 3명이 상고 출신인 것이다.
서태종 수석부원장(전남대 경제)과 박세춘 부원장(영남대 경영), 이동엽 부원장(충남대 경영), 김영기 국장(영남대 경영), 양현근 국장(조선대 경영) 등 5명은 모두 지방대 출신이다.
반면 이른바 'SKY 대학' 출신은 이은태 부원장보(서울대 경제), 조두영 국장(연세대 법대), 박희춘 국장(연세대 경영) 등 3명에 불과하다. 진 원장 역시 상고를 중퇴한 뒤 검정고시를 거친 특별한 이력을 갖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주요 금융사는 물론 금융공기업과 금융당국의 임원들은 소위 명문대 출신, 또는 특정 지역 출신으로 선임되는 경우가 많았던 게 사실"이라며 "이번처럼 금감원 임원들의 출신 학교와 지역이 다양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진 원장은 인사를 통해 금융권 전반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진 원장이 특정 학교나 지역, 또는 인맥을 배제하고 능력과 평판 위주로 임원을 선임했다"며 "금융사들도 학력 및 지역 차별 그리고 보신주의에서 벗어날 것을 요구하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부원장보들이 임기가 상당 기간 남은 시점에서 물러났다는 점을 두고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진 원장은 지난 16일 퇴임하는 부원장보에게 최대한 예우를 갖출 것을 직원들에게 당부하며, 퇴임식을 마련하기도 했다.
진 원장은 임원회의에서 "떠나시는 분들이 마지막 날까지 업무에 매진하시면서 사명의식과 책임감의 모범을 보여주신데 감사를 표한다"며 "인간 진웅섭이 아닌 금감원장 진웅섭으로서 업무능력, 평판, 리더십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임원인사를 단행했다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