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휴대폰 통화금지구역’이라도 정해야 하나…

2015-01-18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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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문화레저부장겸 골프전문기자

 

 



“공공장소에서도 버젓이 큰 소리로 통화
주위 사람 배려하는 마음 조금도 없어
볼륨을 높여야 통하는 사회는 비정상
필수품된 휴대폰 사용에도 에티켓 있어”



지금은 휴대폰 카메라가 있고 차량용 블랙박스까지 있어 덜하지만, 운전하다가 접촉사고라도 나면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시절이 있었다. 차에서 내려 다짜고짜 상대방에게 삿대질을 하며 대드는 기세에 점잖은 사람들은 주눅들게 마련이었다. 국회에서도 이와 비슷한 모습은 목격되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가관이었던 광경은 한동안 뜸해지는가 했으나 최근에 다른 형태로 우리들에게 다가왔다. 바로 흔하디흔한 물건이 돼버린 휴대폰 때문이다.

지하철이나 버스는 공간이 한정돼 있는 공공장소다. 그런데도 주위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더더욱 큰 소리로 통화를 한다. 상식있는 사람같으면 옆 사람이 들을까봐 손으로 휴대폰을 가린채 통화를 하거나 곧 끊겠지만, 아예 ‘들을테면 들어보라’는 듯이 큰 소리로 웃고 떠든다. 자신의 프라이버시가 노출되는 것쯤은 아랑곳하지 않는 듯하다. 남녀노소가 따로없다. 어른은 어른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마치 자신들의 안방인양 목소리를 높인다. 탑승한 직후부터 내릴 때까지 통화하는 이들도 있다.

휴대폰은 그나마 양반이다. 어떤 이들은 아예 DMB(모바일 미디어)를 틀어놓고 볼륨도 올려놓는다. 뉴스나 스포츠 중계방송을 꼭 보고자 하면, 화면으로만 보면 됐지, 소리까지 크게 해놓는 것은 무슨 심보인가. 남을 배려하는 마음은 눈꼽만큼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누구 한 사람 제지하는 이도 없다.

그 뿐인가. 버스 기사는 자신이 좋아하는 방송을 크게 틀어 놓은채 즐긴다. 일부 지자체의 버스에서는 느닷없는 광고방송이 ‘하이 데시벨’로 나오기도 한다. 승객은 안중에도 없다. 소음공해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고, 안전운행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다. 지하철에서도 수시로 방송이 나온다. 역에 도착할 때마다 기계음이 나오는데도, 굳이 육성으로 ‘00역’이라거나 ‘출입문 닫습니다’를 몇 번이나 외쳐댄다. 환승역에서는 더하다. 요즘엔 친절이 지나쳐 “일부 승객으로부터 차안이 덥다는 민원이 들어와 히터 가동을 중지하고 잠깐동안 환풍기를 가동하겠다”는 안내방송도 나온다. 조용히 책을 읽거나 수면을 취하려는 승객들에게는 정말 공해다.

우리 사회가 너무 시끄러운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목소리가 커야 소통이 되고, 떠들고 왁자지껄해야 돌아간다면 이는 시스템이 미비하다는 방증이다. 이런 사회는 후진적이고 비정상적이다. 무엇보다 주위 사람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결여돼 있다. 불평즉명(不平卽鳴)이라고 했다. 평온하지 못한 곳에 큰 소리가 나는 법이다. 충격과 ‘깜짝쇼’가 빈발하는 사회는 비정상적이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지 않은가.

최근 흡연금지구역이 등장했다. 서울의 청계광장이나 고속터미널광장처럼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공공장소나 일정 규모 이상의 식당 등지가 그런 곳이다. 서울 강남구나 서초구같은 지자체에서는 길거리에서도 담배를 피울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제 통화금지구역을 만들어야 할것같다. 꼭 통화를 하지 않더라도, 문자 메시지 등으로 상대방과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럿 있다. 내용을 들어보면, 옆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장시간 고성으로 통화를 해야 하는 사정은 거의 없어보인다.

하루가 멀다하고 나오는 각종 기기는 선용(善用)할 경우에는 편리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피해를 안기기도 한다. 휴대폰은 필수품이 됐다. 그래서 더더욱 사용할 때 에티켓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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