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에 비해 올해 전면에 나서길 꺼리는 듯한 분위기지만, 삼성의 사업 동향을 보면 조심스럽고도 치밀한 전략 변화로 실적 회복을 유도하는 게 부각된다.
◆ 군막 속 장자방의 계책
지난해 활발하게 해외 유력 인사들을 만나고 다녔던 이 부회장은 최근 두문불출하다시피 하고 있다. CES에 이어 다보스 포럼에도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이 부회장은 오는 19일 신임 임원 만찬을 통해 새해 첫 공식행사에 모습을 드러내 신년 구상으로 어떤 복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하지만 그룹 측은 사내 연례 행사로 외부에 공개할 내용은 없을 것이라며 애써 관심을 누그러뜨렸다. 더욱이 외부 시선과 달리 이 부회장의 만찬 ‘주재’가 아닌 ‘참석’ 형태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과도한 승계 이슈가 부담스러운 게 아니냐는 시선이 있다. 또는 평소 알려진 대로 이 부회장의 절제된 성격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 안정과 효율 챙겨
지난해 말 ‘안정과 효율’을 챙긴 이 부회장의 인사 스타일은 새해 경영 기조에도 나타나는 모습이다.
삼성의 올해 투자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한 50조원 안팎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려울 때일수록 과감하게’라는 공격투자와는 거리가 멀다. 되레 신사업을 위해 투자금을 확충한다던 기존 입장도 바꾸고 배당금 확대를 검토 중이다.
로이터는 삼성전자가 블랙베리를 8조원에 인수하려 한다고 보도하기도 했지만 해프닝으로 끝났다. 삼성전자 측은 그런 논의조차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고, 블랙베리도 부인했다.
삼성전자가 블랙베리를 인수해 보안 쪽 소프트웨어를 강화할 수도 있지만 큰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블랙베리 인수설은 2012년부터 제기돼 왔는데 당시와 상황이 달라졌다. 블랙베리의 사세가 기울었고 삼성전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모바일 시장의 수익성도 줄어 투자금 회수가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다만, 삼성은 숙원인 소프트웨어 영역 확장에 승부수를 걸었다. 구글 동맹이 약해질 위험을 감수하고 타이젠 TV에 이어 거듭 난항을 겪어온 타이젠폰도 마침내 출시했다.
기존의 고급형 타이젠폰 출시 계획을 바꾸고 9만 9000원의 저가에 내놓은 것은 성공확률을 높이려는 조심스러운 전략으로 풀이된다. 당장 수익성보다는 시장 보급을 확대해 타이젠 플랫폼 저변을 확대하려는 의도로 업계는 보고 있다.
◆ 위기 극복 전조
삼성전자는 또 이돈태 전 탠저린 공동대표를 디자인경영센터 글로벌디자인 팀장으로 영입했다. 탠저린은 아이폰 디자인을 총괄하던 애플 경영진이 만든 회사로, 이번 영입을 통해 갤럭시폰의 디자인 혁신이 이뤄질지 관심을 모은다.
삼성전자는 올해 모바일 라인업을 간소화해 실속을 챙긴다는 전략이다. 그러면서도 1분기 중가 라인 A시리즈, 2분기 저가 라인 E시리즈를 출시하는 등 중저가 라인업을 재정비해 시장점유율을 회복하고자 한다.
반도체는 14나노 핀펫 기술력을 바탕으로 애플과 퀄컴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파운드리 신규 물량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메모리 강세 위에 비메모리 가동률 상승이 더해져 연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 같은 변화 속에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달성하는 등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