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인사키워드, 이재용 '개발'·구본준 '영업'

2014-12-02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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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효곤 기자]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과 LG의 구본준 부회장이 연말 인사에서 서로 다른 경영스타일을 나타냈다.

최근 양사가 처한 경영상황이 다른 것이 요인이지만 삼성은 ‘개발통’, LG는 ‘영업통’만이 승진 문턱을 넘은 데는 두 최고경영자의 경영관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평소 절제된 리더십이 현장보다는 기술 쪽에 가깝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그동안 누누이 현장을 강조해 왔다.

◆ 베일 벗은 이재용식 인사, 경영관 비춰

지난 1일 단행된 삼성 사장단 인사를 보면 3명의 사장 승진자가 모두 개발통이다.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은 TV 등 디스플레이 제품 분야 개발 전문가다. 그간 전략팀과 더불어 개발그룹장, 개발팀장 등을 맡아왔다. 전영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사장도 D램설계팀장, 플래시개발실장 등을 역임한 메모리 개발 전문가이다. 이윤태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 역시 삼성전자 시스템LSI 개발실장, LCD개발실장 등을 거친 반도체 설계 전문가로서 기술 리더십을 발휘해왔다. 이들은 모두 공학도 출신이기도 하다.

여기엔 삼성전자가 모바일 등 B2C(기업과 소비자거래) 제품 실적이 부진한 반면 반도체 등 B2B(기업 간 거래) 사업에서 좋은 실적을 거둔 것이 성과주의 인사 원칙에 의해 반영됐다.

한편으론 이번 인사가 이재용 체제의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의 경영관을 엿볼 수 있다는 의미가 크다.

이 부회장은 그간 이건희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 아래 경영수업을 받느라 정식 인터뷰 등을 통해 자신의 경영관을 뚜렷하게 밝힌 적이 없다. 다만, ‘독한 경영’을 내세운 구 부회장과 비교하면 이 부회장은 상대적으로 절제된 리더십을 보여준다. 일부 해외 경제지들은 신상정보가 부족한 이 부회장을 표현할 때 ‘low-key(이목을 끌지 않도록 절제하는)’라는 단어를 썼다.

부친인 이 회장이 기술혁신, 소프트웨어 등을 중시하는 경영자인 것을 고려하면 이 부회장도 그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부회장은 전무 시절 반도체와 전자산업을 공부해 공학도 이상의 전문성을 갖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런 부분을 감안하면, 이번 인사 배경에도 이 부회장의 기술 중심적 사고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부회장은 현장도 중시한다. 보다 정확하게 “경영은 하나의 종합예술”이라고 표현한 부친의 경영관을 지향한다. 이 부회장은 딱 한번 경영관에 대해 “(부친이)엔지니어나 금융전문가, 영업맨은 아니지만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보는 시각과 도전정신을 갖고 있다”며 “이를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 '독한' 현장경영 기조 이어간 구본준

지난주 단행된 LG 인사에서는 현장경험이 풍부한 인사들이 승진했다. 단 한 명뿐인 사장 승진자 최상규 한국영업본부장은 유통기획실장, 전략유통팀장, 한국서비스담당 등을 맡아온 대표적인 영업통이다. 부사장 승진자 중에선 나영배 유럽지역대표, 이충학 경영지원부문장, 이혜웅 멕시코법인장 등 대외협력이나 해외현장업무를 수행하는 인물들이 눈에 띈다. 승진은 아니지만 휴대전화 사업 중책을 다시 맡게 된 조준호 사장도 북미사업부장 등을 거치며 현장에서 활약한 경험을 갖고 있다.

LG전자 역시 B2C 사업의 영업실적이 개선된 것이 인사평가의 기준이 됐지만, 현장을 중시하는 구 부회장의 경영관도 배제 못한다.

구 부회장은 2010년 LG전자에 부임한 이후 “LG전자에 필요한 건 독한 DNA”라며 공격적인 경영을 펼쳐왔다. 특히 현장 조직을 강화하는 조직개편과 인사를 단행하는 한편 “현장을 수시로 살펴보고 사람들을 직접 만나며,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직접 경험해 제대로 판단‧실천하라”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해왔다.

이는 이 부회장에 비해 현장경영이 부각된다는 뜻이지, 구 부회장이 기술을 소홀히 한다는 것은 아니다. 구 부회장은 “원래 제조업을 하는 회사의 경쟁력은 연구개발과 생산, 품질에서 나오는 게 상식인데 LG전자는 기본이 무너져 있다”며 부임 후 연구개발 조직 인원을 대폭 늘려왔다.

한편, 이 부회장이 실적 부진으로 퇴진설이 불거진 신종균 사장을 유임시켜 기회를 줬다면, 구 부회장은 성과주의 원칙에 따라 좀 더 맺고 끊음이 분명해 보인다. 부임 당시 첫 인사에서 발탁했던 인물 중 다수는 현재 2선으로 물러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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