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지난 9월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250억 달러라는 사상 최대 자금을 모집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阿里巴巴)가 올해 최고 시장파괴자로 선정됐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 새로운 발상과 신기술을 이용해 기존의 시장 판도를 뒤흔들고 소비자와 사업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 업체를 시장파괴자로 규정하고 업종별로 20여 개 업체를 선정했으며, 여기에 알리바바가 포함됐다.
알리바바는 본래 ‘중국의 아마존’을 표방하며 지난 1999년 3월 설립됐다. 하지만 이제는 원조를 뛰어넘는 파격적 혁신을 선보이며 중국 전체 경제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쇼핑과 전혀 무관했던 11월 11일 '독신자의 날'을 하루 매출액 10조원을 달성하는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탈바꿈시킨 게 대표적이다.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중국판 창조경제’라 높이 평가한 이유다.
이뿐만이 아니다. 알리바바가 이베이 페이팔을 모방해 만든 알리페이가 지난해 출시한 온라인 금융 MMF 상품 ‘위어바오’가 일으킨 투자 돌풍은 그간 가만히 앉아 예대 마진으로 돈놀이하던 중국 은행업계에 경종을 울렸다. 한때 알리바바의 롤모델이었던 기업들이 이제는 알리바바와의 사업협력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또한 알리바바는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무엇보다 '기업사냥'에 엄청난 먹성을 보이고 있다. 기술이나 사업 방면에서 부족한 점을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채워나가고 있는 것.
중국 벤처투자 전문 정보업체인 콰이리위(快鯉魚)는 올해 알리바바가 투자한 기업 수만 모두 33곳에 달한다고 26일 보도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알리바바 제국’을 건설 중인 셈이다.
알리바바가 투자한 기업 33곳에는 차이나비전, 화이(華誼)브라더스와 같은 문화미디어 기업, 요우쿠(優酷), Vmovier 등 온라인동영상기업, 콰이디다처(快的打車) 등과 같은 콜택시 웹, 모바일 네비업체 오토네비홀딩스, 탱고, 모모 등과 같은 모바일채팅앱 등이 포함됐다.
중국 정부 역시 경제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장파괴자’ 알리바바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은행업종이 대표적이다. 중국 당국은 알리바바에 은행설립 허가를 내어주며 그간 은행업계 독점구도를 깨뜨려 금융산업의 혁신을 추진 중이다. 한국으로 따지면 네이버, 다음 등과 같은 기업에 은행진출을 허용해 준 셈이다.
알리바바의 눈부신 행보에 기업 몸값도 나날이 치솟고 있다. 지난 9월 뉴욕 증시에서 상장된 알리바바 주가는 지난 11월 한때 공모가 대비 75% 급등한 119.15달러까지 뛰며 시가총액이 거의 3000만 달러에 육박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알리바바 주가 급등에 알리바바 마윈(馬雲)회장도 아시아 최고 부자가 됐다.15일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에 따르면 마 회장은 9월 기준 개인 자산 286억달러(약 31조5000억 원)를 기록해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을 제치고 아시아 최고 부자에 등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