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태구 기자 =기아차의 플래그십 세단 'K9'이 중국 시장에서 올해 '2대'가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K9을 중국에서 공식 판매하지 않은 상황에서 판매 대수가 공개된 것도 궁금하지만 단 2대만 판매된 것도 의아하다.
21일 기아차에 따르면 K9은 아직 중국 시장에 공식 진출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수출은 하고 있지만 중국에서 K9의 판매를 본격화하고 있지는 않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K9 출시가 늦춰진 이유는 가격에 기인한다고 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완성차가 중국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22.5%의 관세가 부과되는 상황이다. K9 역시 중국 현지에서 만들어지는 차종이 아닌 만큼 중국의 정식 수입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렇게 될 경우 최근 출시한 K9의 5.0 모델 'K9 퀀텀'의 경우 1억원이 넘는 가격에 중국 시장에 판매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아무리 기아차 브랜드 이미지가 높아졌다 하더라도 중국에서 생산한 독일 프리미엄 세단이나 일본 차 브랜드의 대형 세단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중국 딜러들 사이에서도 어느 정도의 가격으로 중국에서 판매될 지가 관심사다.
또한 이미 성공을 거둔 다른 K시리즈와 달리 중국에서의 성공을 장담할 수가 없다. 이는 또 다른 한국 수출 차종인 K7을 보면 알 수 있다. K7은 올 한 해 중국에서 730대만 판매됐다.
현지전략형 모델로 출시한 미국에서의 실패도 반면교사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판매가 되지 않다보니 K9의 해외 판매는 차마 수치로 나타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기아차는 올해 해외 시장에서 총 2436대의 K9을 판매했다. 그나마 가장 많이 판매가 된 곳은 미국이다. 11월까지 총 1237대가 판매됐다. 기아차는 지난 3월부터 미국시장에서 K9의 판매를 시작했는데 첫 달 105대, 4월 260대, 5월 227대, 6월 224대 등 월 평균 200대 이상 판매하면서 성공적으로 진입하는 듯 했으나 지난 7월부터 판매가 곤두박질쳤다. K9의 판매는 7월에 132대로 떨어지더니 8월 102대에 이어 9월에 56대, 10월 62대, 11월 69대가 팔렸다. 올해 미국 신차 및 럭셔리 차급 시장이 전년 대비 7% 이상 성장한 점을 감안하면 K9의 미국시장 진출은 기대 이하인 셈이다.
대형차 소비가 많은 중동 지역에서도 판매는 부진했다. 오만,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UAE, 리비아 등에서 K9을 판매하고 있지만 올 한해 판매된 대수는 535대에 불과하다. 지난해 기아차는 중동 지역에서 총 999대의 K9을 판매하며 성장 가능성을 봤지만 예상보다 판매가 늘지 않았다.
중동의 경우 기아차가 K9의 전략 판매 지역으로 생각하고 있는 곳이다. 현지 부호 등을 중심으로 럭셔리카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동 지역의 경우엔 고급차 판매 비중이 높아 수익성 차원에서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 같은 실적은 나머지 지역에서도 비슷한 양상이다. 동유럽에서는 올 한해 493대를 판매했다. 이어 아프리카에서는 90대, 남미 지역에서는 42대, 캐나다에서 23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14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K9의 판매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기 위해서라도 중국에서의 판매 본격화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