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유럽 금융시장이 그리스 정국 불안으로 흔들리고 있다.
긴축재정을 추진해 온 그리스 연립여당이 추천하는 대통령을 의회에서 선출하지 못하게 되면서 총선에 돌입, 여당이 패배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그리스 증시는 그리스 국채를 보유하는 은행주 등이 매도되면서 아테네 종합지수는 한 때 전일 대비 4% 하락했다. 9~10일 이틀 동안의 하락률은 17%에 달해 유럽 채권시장에서는 그리스 10년 만기 국채 이자율이 한 때 9%까지 치솟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차기 그리스 대통령 선출을 위한 의원투표가 이달 17일체 실시된다. 최대 3번의 의원투표를 거쳐도 안토니스 사마라스 총리가 이끄는 연립여당이 지지 후보를 선출하지 못했을 경우, 10일 이내에 의회가 해산돼 총선을 실시하게 된다.
유럽연합(EU)의 그리스 금융지원을 위한 조건으로 제시된 연금 삭감과 공무원 구조조정, 증세 등 재정재건을 실행해오면서 유권자의 정부에 대한 반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아테네에서는 파업과 시위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또 여론조사 결과 반긴축재정을 주장하는 급진좌파연합(SYRIZA)의 지지율이 연립여당보다 높게 나타나면서 여당이 선거에 패배할 경우 그리스의 긴축재정 정책은 더 이상 계속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움직임이 강화될 경우 그리스 국채의 채무불이행(디폴트)과 유로존 이탈 등의 리스크가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리스는 2009년부터 EU와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금융지원을 받고 있다. 그리스 정부는 그 동안 실행해 온 긴축재정으로 재정 상황이 개선되고 있으며 올해 4월에는 국체 발행을 재개했다.
국제 신용평가사도 그리스 국채에 대한 신용도를 상향하는 등 그리스의 재정재건 노선은 낙관적인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그리스 여당의 지지율 악화라는 정국 변화로 투자자들이 매도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 그리스의 정국불안정이 긴축 재정에 불만은 품은 다른 유럽국가에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내년에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총선이 예정돼 있으며 정국 불안정이 이탈리아까지 파급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최근 유럽경제는 긴축재정에 대한 피로감 등으로 경기회복 기조가 둔화되고 있으며 정부 채무 상환이 어려워질 수 있는 리스크가 부상하고 있다.
S&P는 지난 5일 이탈리아 국채 신용도를 투자적격 레벨에서는 가장 낮은 ‘BBB-'로 하향 조정하는 등 신용력 회복에도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유럽 채권시장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정부 채무 수준이 높은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의 장기금리는 소폭 상승했으나 신용불안은 아직 높자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