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 못넘은 5대그룹]LG 수직계열화 전략, 중국 함정에 빠져

2014-12-11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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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중국 내 거대 생산기지를 건설해온 LG가 현지시장 패러다임 변화로 뿌리째 흔들릴 궁지에 몰렸다.

LG그룹은 제조업에서 수직계열화를 통한 시너지 전략에 집중해왔다. 중국에서도 생산법인 투자를 통한 현지화와 함께 계열사 간 수직계열화에 공을 들였다.

그런데 중국에 매달린 계열사들의 실적은 부진하기만 하다.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LG화학이 대표적이다. LG화학은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4.4% 감소했다. 중국 시장이 침체되고 동시에 자급력이 올라가면서 LG화학을 비롯해 국내 화학기업 대부분이 거의 3년간 이익 감소 국면에 빠져 있다.

LG이노텍도 지난 3분기까지 중국에서 6530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동기보다 1000억원가량 감소했다. LG하우시스는 중국 우시 법인 매출이 3분기까지 96.3% 빠졌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중국매출이 전년 실적에서 1조5369억원이 증발한 15조2298억원을 기록했다.

◆위태로운 한국 화학 자존심

수직계열화는 시너지를 극대화하지만 어느 한 계열사가 부진하면 연쇄부진을 겪을 맹점이 있다. LG그룹은 수직계열화의 핵심인 LG화학이 이러한 리스크를 야기한다.

중국은 2012년 이후 화학제품 자급률이 대폭 상승하면서 국내 기업의 이익감소를 초래했다. 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7월까지 중국의 합성수지, 합섬원료, 합성고무 3대부문 자급률은 78.5%로 전년 동기 대비 3.6% 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따라 3대부문의 수입 증가율도 전년 동기 대비 2.0%의 낮은 수준을 보였다. 중국이 가공무역에서 탈피하며 국내 대중 수출이 감소하는 현상은 이미 제조업 전반에 드리워진 기조다.

중국은 나아가 또 다른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하며 국내 화학산업에 더 큰 위기를 안겨줄 것으로 우려된다. 중국엔 북미 화학산업의 부흥을 일으킨 셰일가스가 대규모 매장돼 있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부존 자원을 개발해 자국 기업의 성장을 도모할 방침이다. 그보다 앞서 중국 화학산업은 석탄화학의 도약도 두드러진다.

중국 석탄화학 투자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급증해 2016년부터 본격적인 상업생산이 전망되고 있다. 현지 화학기업이 저렴한 원료를 개발하는 것은 상대적 고가인 석유에 의존하는 국내 화학기업엔 치명적 위협이 된다. LG화학은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저렴한 천연가스 기반의 화학공장을 짓는 카자흐스탄 프로젝트를 추진해왔으나 투자비 증가 등으로 지연하며 차질이 생겼다.

◆화학산업 창의력이 살길

LG그룹은 차세대 성장동력인 전기차 부품업도 LG화학을 중심으로 LG전자, LG이노텍, LG하우시스 등의 수직계열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아직 실적에 기여할 수준이 못 된다. LG화학은 최근 중국 난징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에 돌입하기도 했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대체에너지 성장을 저해하려는 목적으로 석유가격을 억제하는 등 장애물이 있다.

화학산업은 그럼에도 신소재 개발을 주도하면서 수십년간 새로운 수익창구를 개발해왔다. 국내 화학기업은 유럽과 일본의 화학기업들에 비하면 아직 범용제품 위주라서 성장의 여지가 있다.

LG경제연구원은 “국내 화학산업의 위기는 과거 유럽, 일본 화학기업들이 거쳤던 근본적 경쟁력 위기와 유사하다”며 “얼마나 절실하게 위기극복 전략을 실행하는가에 따라 기업의 미래는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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