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광효 기자=미국 중앙정보국(CIA)이 테러 용의자들을 대상으로 갖가지 잔혹한 고문을 자행했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 보고서가 9일(현지시간) 공개됐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자행한 고문의 잔혹성과 반인권성 등은 과거 한국의 군사독재 정권 시절에 자행된 고문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 “미국이 민주국가가 맞냐?”는 비판마저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CIA 고문보고서 공개에 대해 “알카에다 대원 등을 상대로 한 CIA의 고문은 법적 테두리를 넘어선 것일 뿐 아니라 별로 효과적이지도 못했다”고 비판했다.
보고서에는 지난 2001년 발생한 9·11 사태 이후 유럽과 아시아의 비밀시설에 수감된 알카에다 대원들을 대상으로 자행된 CIA의 고문 실태가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CIA는 테러 용의자를 조사하면서 '선진 심문(enhanced interrogation) 프로그램'을 적용했다. 이는 CIA가 백악관과 의회에 설명해온 것보다 훨씬 더 야만적이고 잔혹했다. 그러나 정작 테러 위협을 막을 정보를 제대로 얻지는 못했다.
고문 실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CIA 불법 고문의 대표격으로 여겨지고 있는 물고문의 일종인 '워터보딩'은 그동안 알려진 것보다 다양하게 변형돼 사용됐다. '워터보딩'은 대상자를 움직이지 못하게 눕힌 후 얼굴에 물을 붓는 행위다.
고문 대상자가 얼굴로 떨어지는 물을 피하지 못하게 고문 행위자는 대상자의 얼굴이나 턱을 압박했다. 고문 행위자가 손으로 대상자의 턱 주변에서 물이 흘러내리지 못하게 막아 고문 대상자의 입과 코가 실제로 물에 잠기게 하기도 했다.
CIA 자체 기준에 따르면 워터보딩의 최대 지속 시간은 20분인데 실제로 30분 이상 계속해서 '워터보딩'을 가했다. 특정 대상자에게 최소 183번의 '워터보딩'을 가한 경우도 있었다.
고문 대상자의 신체에 강제로 물을 주입하는 고문도 자행됐다. 주로 대상자의 직장(直腸)으로 물을 주입했다.
고문 대상자에게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주는 고문도 자행됐다. 머리카락과 턱수염을 포함해 고문 대상자의 모든 체모를 깎아낸 후 옷을 모두 벗기고 불편할 정도로 낮은 온도의 흰 방에 집어넣는다. 그 다음 매우 밝은 조명을 방 안에 켜고 매우 큰 소리의 음악을 계속 듣도록 강요했다.
구타와 손을 머리 위로 묶은 다음 매달기, 잠 안 재우기, 좁은 공간에 강제로 집어넣기 같은 고문들도 행해졌다. 이런 고문들은 지속적으로 혼합해 자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용의자를 공포에 몰아넣기 위해 총에 총알을 한 발만 넣고 자신의 머리에 총을 쏘는 것을 의미하는 ‘러시안룰렛’과 전동 드릴 등도 고문에 동원됐다.
대상자의 눈을 가리고 총구를 대상자의 머리에 댄 후 대상자의 몸 가까운 곳에서 전동 드릴을 작동시키는가 하면 빗자루 손잡이를 성고문 도구로 쓰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고문 행위자는 고문 대상자가 7일 이상 잠들지 못하게 한 경우도 있었다. 한 고문 대상자에게 길게는 17일 연속으로 고문이 자행되기도 했다.
고문 도중 사람이 죽기까지 했다.
2002년 11월 한 외국 비밀수감시설에서는 벽에 고정된 쇠사슬로 묶은 한 고문 대상자를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눕게 하고 '비협조적'이라고 판단될 때마다 고문 대상자의 옷을 벗기는 고문을 했다. 고문 둘째 날 이 대상자는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
보고서는 “CIA는 이런 고문 행위를 상부 감독기관의 승인 없이 '자의적'으로 사용했고 대상자가 이미 충분히 협조했는데도 추가로 고문이 이뤄졌다”며 “CIA의 고문 행위는 정책 결정자들에게 보고된 내용보다 훨씬 더 잔혹하고 야만적이었다. 구금과 심문 과정에 대해 법무부에 반복적으로 정확하지 않은 내용을 전달한 것은 물론, 의회뿐 아니라 백악관의 감독 활동을 사실상 방해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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