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남자골프 세계랭킹 1·3위인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애덤 스콧(호주)이 출전해 주목받은 호주PGA투어겸 원아시아투어 ‘에미레이츠 호주오픈’에서 진기한 장면이 나왔다.
이 대회는 호주 시드니의 오스트레일리아GC에서 지난달 27∼30일 열렸다. 조던 스피스(21·미국)는 합계 13언더파 271타로 2위 선수를 6타차로 제치고 우승컵을 안았다.
스피스는 2라운드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그는 4번홀(파3)에서 티샷을 그린 가장자리에 보낸 뒤 경기위원을 불렀다.
골프규칙(18-1)상 정지한 볼을 ‘국외자’인 경기위원이 움직였다면 원래 볼이 있던 곳에 갖다놓고 치면 되지만 아무도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스피스는 볼이 떨어진 위치로 추정되는 곳에서 무벌타 드롭을 했는데 공교롭게도 볼은 맨땅으로 굴러갔다.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렸지만 그는 1.2m 거리의 파퍼트를 놓쳐 보기를 하고말았다. 스피스는 다음 홀로 가던 도중 볼을 워터 해저드에 던져버렸다. 스피스는 “원래 내가 친 볼은 그린에서 살짝 벗어났으므로 버디나 파로 막을 수 있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경기위원의 역할은 대회가 원활히 치러질 수 있도록 하는데 있다. 플레이어나 볼에 영향을 미칠만한 행동을 해서는 안되고, 모호한 상황에서는 적확한 판정을 해야 한다.
몇 년전 신한동해오픈때 선수가 경사지에서 드롭해 굴러가고 있는 볼을 경기위원이 집어올렸다. 인플레이 볼에 영향을 준 행동이어서 논란이 됐다.
2008년 제주 테디밸리CC에서 열린 KLPGA투어 비씨카드클래식 때의 일이다. 일본 선수가 한 그린에서 리플레이스한 볼이 조금 후 저절로 움직이자 경기위원이 다가와 볼을 원위치에 놓고 퍼트하도록 해 국제적 망신을 자초했다.
지난달 초 KLPGA투어 서울경제레이디스클래식 3라운드에서는 한 선수가 그린에서 볼이 저절로 움직이자 집어들었다. 이는 볼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이기 때문에 규칙 1-2를 적용해 2벌타를 부과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경기위원회에서는 ‘우연’이라는 이유를 들어 1벌타(규칙 19-2)만 부과했다. 설상가상으로 볼을 집어든 곳이 아니라, 원래 위치에 갖다놓고 다음퍼트를 하게 했다. 규칙 1-2를 적용하든, 19-2를 적용하든 볼이 멈춘(집어올린) 자리에서 다음 플레이를 해야 한다.
그런가 하면 경기위원이 선수를 도와준 케이스도 있다. 지난 8월 US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 결승 때다. 양건이 퍼트할 때마다 그의 캐디(골프장 회원)가 뒤에 바짝 붙어 서있자 경기위원이 양건을 불러 시정토록 했다. 상대 선수가 어필했다면 원조를 금지한 규칙 14-2에 의해 그 홀의 패(敗)는 물론 그 대회 우승 향방에도 변수가 됐을 법했다.
한편 호주오픈 2라운드에서는 왼손잡이 그레그 챌머스(호주)가 ‘이상한 홀인원’을 할 뻔했다. 티샷한 볼이 그린 왼편에 몰려있던 갤러리를 맞고 바운스됐다. 볼은 90도로 꺾여 그린을 향해 10m정도 구르더니 홀옆 10cm지점에 멈췄다. ‘홀인원 될뻔댁’이었고 렉서스 차를 부상으로 받을 뻔했다. 이 경우 볼이 홀로 들어가면 홀인원이다. 챌머스는 행운의 버디를 잡았다. 챌머스는 그 덕분인지 2라운드에서 단독선두로 나섰고, 결국 단독 4위로 대회를 마치며 올해 브리티시오픈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골프규칙 19-1은 ‘움직이고 있는 볼이 우연히 국외자에 의해 방향이 바뀌었거나 정지된 경우는 벌타없이 볼은 있는 그대로의 상태로 플레이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돼있다.
스피스와 챌머스는 똑같이 국외자에 의해 볼의 방향이 변경됐다. 그러나 정지한 볼이냐 움직이는 볼이냐, 고의냐 우연이냐에 따라 규칙은 다르게 판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