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뉴엘 직격탄 맞은 은행권, 일제히 자체 감사 돌입…기술금융 전면 재검토해야

2014-11-0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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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효곤기자 hyogoncap@]


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은행권이 '제2의 모뉴엘' 여부를 가리기 위해 일제히 자체 감사에 착수했다. 여신심사부와 영업부서 등 관련 부서들은 주요 거래기업을 대상으로 내부 검사를 벌이거나 여신 관리능력 강화방안 마련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이번 모뉴엘 사태를 계기로 정부가 매달 은행별 실적까지 공개하며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기술금융을 전면 재검토해야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한 모뉴엘의 대출사기와 관련, 기업·수출입·산업·외환·국민·농협은행 등이 자체 검사에 돌입했다. 한 은행의 여신담당 본부장은 "제2의 모뉴엘이 나올 개연성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무역보험공사의 보증대출과 관련 부실대출 여부 등을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은 최근 여신담당부서와 영업부서, 회계부서 등의 직원들이 모여 긴급회의를 진행한 후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했다. 이 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감사를 받는 중이라 사태를 파악하는데 정신이 없다"면서도 "매출 채권 등을 꼼꼼하게 들여다 보고 있다"고 말했다.

모뉴엘과 연루되지 않은 은행들도 여신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상시 감사 및 여신감리부 모니터링 등 시스템을 통해 꾸준히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뉴엘에 대한 은행권 여신은 6000억원을 넘는다. 이중 무역보험공사가 약 3000억원을 보증했다. 기업은행의 여신 담당 임원은 "일부 손실이 날 가능성도 있지만 보험을 들어놓은 만큼 회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다만 수출입은행의 경우 1135억원 전체가 신용대출로 이뤄져 고스란히 부실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정책기관의 특성상 해외 수출과 관련해 가능성은 있지만 기반이 없는 곳에 해주는 것이 신용대출"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은 모뉴엘 사태에 대해 그야말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았다는 반응이다. 한 은행의 여신 담당 부행장은 "일시적인 경영난으로 판단했지 이렇게까지 사태가 심각할 줄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일부 은행에서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적에 급급했던 대출관행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얘기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도 이날 현장 간담회에서 "보증서와 이자만 믿는 은행권의 금융관행을 근절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당국의 일방적인 책임 전가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인천공항에 가서 일일이 수출물품을 뜯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은행은 그럴 권리도 없다. 당국이 나서서 해줬어야 할 역할이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의 기업 담당 부행장은 "이번 일은 은행들에게 기술금융 실적을 공개하겠다고 압박해온 당국의 책임도 있다"며 "결국 당국자들이 본인들의 실적을 올리기 위해 (은행권을) 이용한 것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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