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중국은 왜 시진핑에 열광하는가

2014-11-02 11:22
  • 글자크기 설정

중국 전역 시진핑 신드롬. 친서민, 반부패, 비전제시에 인민들 무한신뢰


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중국에는 정치인의 지지도 조사가 없다. 과연 우리나라식으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지지도를 조사해보면 얼마나 나올까. 최소 70%이상은 나오지 않을까 하는게 많은 이들의 예상이다. 기실, 시진핑 주석에 대한 중국 인민들의 애정과 지지는 높다. 시 주석이 다녀간 식당은 연일 매진행진을 기록하고, 그가 먹었다는 음식은 그날 각 식당에서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그가 지방시찰이라도 가면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와 손을 흔들고, 그의 손이라도 한번 잡아보기 위해 몸싸움 경쟁을 벌이며, 그의 발걸음이 멀어져갈때까지 박수를 멈추지 않는다.

시진핑이 총서기 후계자로 공표된 것은 2007년 11월, 정식 1인자로 등극한 것은 5년후인 2012년 11월이다. 후계자 등극후 7년이 지났고, 총서기 등극후 2년이 되어간다. 집권초 허니문 기간은 이미 지났지만, 인민들의 시진핑 주석에 대한 신뢰와 애정은 날이 갈수록 더욱 깊어져가고 있다. 지지도 높은 지도자가 명확하고 확고한 미래비전을 제시하면, 국민들은 비전과 희망을 갖는다. 최소한 중국사회에는 '절망'의 그림자가 없고, 거리의 사람들에게는 활력이 넘친다.
 

지난 9월 베이징사범대를 방문해 학생들과 인사하고 있는 시진핑 국가주석. '시다다신쿠러'라고 스인 현수막이 눈에 띈다.[사진=신화사]


지난 9월 9일 공개된 사진 한장은 시진핑 주석의 높은 인기를 여실히 보여준다. 스승의 날을 기념해 베이징사범대를 방문한 그에게 학생들은 환호성을 연발했다. 학생들은 미리 준비한 '시다다신쿠러(習大大辛苦了, 시진핑 아저씨 수고하십니다)'라는 표지판을 들어올렸다. 학생들은 전날 표지판을 만들며 호칭을 '시주석'으로 할지 '시다다'로 할지를 놓고 고민했다고 한다. '다다'라는 말은 시진핑의 고향인 산시(陝西)성 방언으로 '삼촌''아저씨'를 뜻하는 친근한 표현이다. 학생들은 '시다다'로 호칭해도 시 주석이 기분나빠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한다. 당일 학생들이 들고 있는 표지판을 본 시 주석은 잠깐 멈춰서서 활짝 웃으면서 '하오(好, 좋다는 뜻)'를 연발했다.

이 한장의 사진에 중국인민들은 과거 1984년 건국 35주년 기념행사에서 베이징대 학생들이 '샤오핑니하오(小平你好, 안녕하세요 덩샤오핑)'라는 현수막을 달고 자전거 행진을 하던 모습을 떠올렸다. 당시 덩샤오핑은 문화대혁명의 10년 질곡을 끝내고, 지긋지긋했던 사상투쟁에 종지부를 찍었으며, 인민들을 배고픔에서 해방시켰다. 덩샤오핑의 리더십은 아직까지 중국인들의 찬사를 받는다. 현재 시진핑의 인기가 당시 덩샤오핑의 인기에 못지 않다는 것이 현지 장년층의 반응이다. 많은 중국인들과의 소통결과 시진핑 열기의 원인은 크게 세가지로 정리된다. 친서민행보, 반부패활동, 명확한 비전제시가 그것.
 

스스로 우산을 받쳐들고, 바지를 걷어붇인채 현장시찰을 하고 있는 시진핑 주석.[인터넷캡쳐]



◆"인민과 함께" 친서민 행보

시진핑 주석은 친서민행보를 강화하며 인민들에게 '항상 함께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후덕하고 평범한 옆집 아저씨같은 그의 인상 역시 친서민행보와 상당히 어울린다. 시진핑의 친서민행보에 중국인민들은 감동하여 기꺼이 박수갈채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7월21일 공개된 시 주석의 모습이 대표적이다. 시 주석이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의 한 콘테이너부두를 시찰하던 날이었다. 폭우가 쏟아지자 시 주석은 바지를 걷어부치고 우산을 듣고 현지시찰을 진행했다. 바지를 걷어부친 모습도 친근감을 더했지만, 그보다는 시 주석이 직접 우산을 받쳐들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중국의 지도자들은 과거 비서들, 혹은 지방정부 지도자들이 우산을 받쳐주었었다. 사진 속 시 주석의 모습은 일반인의 모습과 다름없었고, '탈 권위'의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1년이 지났지만 인민들은 이 사진을 기억하고, 이야깃거리로 올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28일 시진핑 주석이 베이징의 허름한 만두가게를 찾아 줄을 서서 만두를 주문하고 직접 계산한 뒤 쟁반에 만두를 받쳐들고 탁자로 가서 일반 손님들과 이야기하는 모습이 인터넷을 통해 전해졌다. 당시 시주석이 계산한 식사비는 21위안(약 3600원)이었다. 중국의 네티즌들은 앞다퉈 '감동적이다'라는 반응을 올렸다.

또 다른 대표적인 장면은 지난 2월25일 연출됐다. 베이징에 지독한 스모그가 6일째 지속되던 날이었다. 베이징에는 "인민들은 스모그에 생명이 단축돼가고 있는데 국가지도자들은 중난하이에서 최고급 공기청정기를 돌려대고 있다"는 불만이 돌았다. 시 주석은 베이징 대표 후퉁거리인 난뤄구샹(南鑼鼓巷)을 방문해 주민들과 대화를 나눴다. 중국 신경보는 '함께 숨쉬며 생사를 함께 한다(同呼吸, 共命運)'는 평가를 내렸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해 12월 만두가게에 들러 서민들과 함께 줄을 서 만두를 주문하고 있는 모습.[사진=인터넷웨이보]



◆18만명 낙마, 전방위 반부패운동

2010년대 후진타오(胡錦濤) 정권 말기에 중국 인민들의 부패에 대한 불만은 극에 달했다. '국가는 부자지만, 국민은 가난하다(國富民窮)'라는 냉소가 전사회에 팽배했다. 공무원들은 권력을 이용해 기업에 특혜를 제공하고 뒤로는 검은 돈을 챙겼다. 검은 돈을 중국에 둘 수 없어서 해외로 빼돌리기 위해 갖은 방법들이 동원됐다. 사회 곳곳에 벼락부자가 생겨났고, '졸부'들은 흥청망청했다. 훙얼다이(紅二代, 공산당 고위간부 자제들), 관얼다이(官二代, 고위관료 자제들)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것도 당시였다. 이들이 벌이는 상상을 초월하는 사치행각은 전사회에 비애와 상실감을 만들었다. 하지만 인민들은 속수무책으로 분노를 삭힐 따름이었다.

시진핑 주석은 2012년 11월 총서기 등극후 곧바로 정풍운동에 착수했다. 등극 다음달인 2012년 12월 리춘청(李春城) 쓰촨(四川) 성 당 부서기가 낙마했다. 이를 신호탄으로 2012년 12월부터 지난 9월까지 무려 18만명의 관료들이 부패혐의로 낙마했다. 특히 '상무위원은 처벌하지 않는다'는 당내 묵계를 깨고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법위 서기를 파멸시켰다. 정풍운동은 더 강해질 태세다. 반부패 운동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왕치산(王岐山) 기율위 서기는 더욱 강력한 사정활동을 예고하고 있다. 당연히 인민들은 무릎을 치며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이다.

이와 함께 시 주석이 제창한 '8항규정'은 공무원들의 허례허식에 철퇴를 가했다. 예산남용과 사치스런 출장, 관용차의 사적사용, 화려하기 그지없는 정부행사 등을 원천적으로 봉쇄했다. 정부예산 집행에 엄격한 제한을 가해 낭비요인을 막았다. 중국 공무원들을 만나보면 “지금은 예전과 다르다”는 말을 연발한다. 2011년만 하더라도 대학생들의 선망하는 직업 1위가 공무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공무원에 대한 인기는 시들해졌다. 현직 공무원들조차 박봉에 민영기업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은 현실이다.
 

스모그가 지독하던 지난2월 시진핑 주석이 베이징 골목길을 방문해 시민들과 소통하고 있다. [사진=신화사]



◆공산당개혁, 명확한 비전제시

시진핑 주석이 틈만 날 때마다 외치는 단어는 '개혁'이다. 지난해 11월 개최된 중국공산당 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의 주제는 '개혁개방 심화'였다. 3중전회에서 시진핑 총서기를 정점으로 하는 공산당은 거의 모든 사회분야를 망라한 개혁방향지침을 내놓았다. 이어 지난 11월 개최된 4중전회는 '의법치국'이 주제였다.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공산당 등에 대한 법치원칙이 천명됐으며 이를 위한 지침들이 문건으로 발표됐다. 헌법의 지위도 한층 격상시켰다.

3중전회의 주된 내용은 정부의 권한을 시장에 이양하자는 것이며, 4중전회는 자의적인 권력사용을 배제하고 법에 의한 권력사용을 지향하자는 것이다. 두가지 모두 권력자의 측면에서는 '권한약화'의 의미를 지닌다. 다시말해 시진핑 주석 스스로가 자신의 권력을 축소시키고, 향후 권력남용의 여지를 줄였다는 의미도 된다. 이에 중국인들은 시 주석의 개혁의지를 신뢰하고 있다.

중앙당교 공산당역사과 셰춘타오(謝春濤) 교수는 "시진핑 주석은 40여년 공직자 생활을 거치면서 16번의 자리이동이 있었다"며 "장기간 지방정부 지도자로 일하면서 온갖 사회갈등, 사건사고, 자연재해, 경기변동을 겪어냈다"고 소개했다. 이어 "하늘에서 뚝 떨어진 지도자가 아닌 수십년동안 준비를 해온 지도자이기에 스스로 명확한 비전과 신념을 가지고 있으며 이같은 점이 인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평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