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가계, 기업, 국가 등 한국의 모든 경제 주체의 빚이 국제기구의 채무부담 임계치 기준을 모두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개인과 기업, 국가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의 비율은 세계경제포럼(WEF) 기준의 채무부담 임계치보다 10∼46% 포인트 높다.
개인 부채는 한은 자금순환표상의 개인으로 가계와 비영리단체 채무를, 기업부채는 비금융 민간기업 채무를, 국가 부채는 공식 국가 부채와 공공기관 부채, 공무원·군인연금 충당 부채를 각각 더한 것이다.
지난해 말 현재 개인의 부채는 1219조원으로 명목 GDP의 85.4% 수준이다. WEF 기준으로 개인 채무부담 임계치는 75%다.
가계부채가 임계치에 도달했다는 지적은 이미 나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7일 국정감사에서 "가계부채가 소비를 제약하는 임계수준에 가까이 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6월 '가계부채의 위험에 대한 이해와 위험 관리 체계의 설계방향'이라는 보고서에서 "가계부채가 소비와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키는 임계치에 도달했다"고 진단했다.
기업의 부채는 1810조원으로 명목 GDP 대비 126.8%다. WEF 기준으로 비금융 민간기업의 채무부담 임계치는 80%다.
공식 국가부채는 GDP 대비 34.3%로 양호한 수준이지만 공공기관 부채, 공무원 및 군인 연금 충당 부채 등 국가가 책임져야 할 부채까지 합하면 GDP 대비 114.9%에 달한다. WEF 기준 정부의 채무부담 임계치는 90%다.
공식 국가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490조원이지만 공공기관 부채, 공무원 및 군인 연금 충담금까지 더하면 1641조원으로 늘어난다.
이한구 의원은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과도한 부채 부담에 따른 부채 조정이 이뤄지면 소비와 투자의 둔화가 심해진다"고 우려했다.
그는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와 부채 조정이 동시에 진행되면 성장 둔화, 소비·투자 부진의 상호 상승작용으로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통계청이 2011년에 발표한 '장래인구 추계(2010∼2060년)'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는 2016년 3704만명을 정점으로 2017년부터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의원은 특히 "가계부채 문제가 인구 감소와 맞물려 저성장, 내수 부진, 주택경기 부진 장기화, 자산 가격 하락 등이 동시에 발생하면 일본형 장기침체로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는 가계부채에 대해 "시스템 리스크로 갈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경각심을 갖고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가부채와 관련해서는 "경제 상황에 맞게 대응해야 하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빠른 증가 속도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있으며 공무원 연금 개혁 등 구조 개혁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