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한-중 제조업 격차, 10년 만에 3계단으로 좁혀져”

2014-10-2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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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최근 중국기업의 추격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산업정책과 기업경영전략 패러다임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 이하 한경연)은 27일 한국경제학회·산업연구원과 공동으로 ‘중국의 추격과 한국 제조업의 과제’ 세미나를 개최했다.

김정식 한국경제학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조선, 철강, 석유화학산업 등에서 경쟁력 약화가 가시화되고 있고 최근 전자산업에서도 중국의 추격이 속도를 내고 있다”며,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세미나 개최배경을 설명했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서비스산업에서 성장동력을 찾는 것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제조업마저 엔저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일본과 기술력을 높여 추격하는 중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형국”이라며, “이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우리경제가 저성장을 탈피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제 발표를 맡은 김창배 한경연 연구위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분석을 인용해 “OECD 국가 중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 하락속도도 가장 빠르고 2040년 경에는 OECD 회원국 최하위로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의 원인으로 저성장의 고착화 요인 중 하나로 기술경쟁력 저하에 따른 제조업의 위축 가능성을 꼽았다.

김 연구위원은 “우리 기술수준은 미국을 100으로 봤을 때 77.8 수준에 불과하고, 과학기술 경쟁력도 미국에 4.7년 뒤지고 중국에는 1.9년 정도만 앞서 있다”며, “일본기업들이 엔저를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회복하는 추세인 데다가 중국은 기술경쟁력을 빠르게 키우고 있는 실정이어서 수출시장을 중·일 기업이 급속하게 잠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백윤석 카이스트 교수는 “ 제조업 분야에서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한국을 따라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UN국제제조업경쟁력지수를 인용해 “2000년에 한국과 중국의 제조업 경쟁력 순위는 11계단 차이를 보였지만 10년 만에 불과 3계단 차이로 좁혀진 상황이다”고 밝혔다. 2000년대 전반기에는 한국이 중국특수로 수요 측면에서 산업경쟁력을 끌어올렸지만, 2006년 이후 후반기에는 중국 내 투자확대를 발판으로 중국기업의 경쟁력이 급상승했다는 분석이다.

백 교수는 또 우리 기업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는 “우리기업의 경쟁력이 강한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경우 개방형 기술생태계에서 제품주기가 짧고 경쟁이 치열해 기술이나 제품 경쟁력을 유지하기 쉽지 않은 구조”라며, “단순히 ICT 분야의 개별기술 개발보다는 예컨대 ICT 산업과 의료 분야 등 기술·산업 간 융합이 보다 활발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 기업들이 시장수요 분석이나 경영전략이 지나치게 중국에 맞춰져 있어 문제다. 핵심고객을 중국으로 상정하고 기술개발을 하다 보니 중국시장에 편향된 추가기능 개발만 이뤄지고 범용의 ‘파괴적 기술'을 개발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이후 산업주도권 추격 구심점이 될 대안 국가들로의 기술이전과 직접투자를 강화해야 한다”며, 정부에게도 “마윈 알리바바 창업주에 대한 중국의 기업신화 드라이브 정책처럼 우리도 새로운 신화에 도전하는 중소창업 기업인과 스타전문 경영인들을 발굴해 지원하는 심리적 산업정책을 펼 것”을 주문했다.

이근 서울대학교 교수는 산업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기업 인수합병(M&A)을 제안했다. 선제적 방어의 목적으로 활용하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M&A는 잠재적 위협이 될 만한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신생기업을 일찍 인수해 잠재적 위협요인을 제고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일례로 삼성이 초기에 샤오미를 인수했더라면 선제적 방어가 이뤄졌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기업의 성공공식을 망각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전통적으로 한국기업의 성공공식은 ‘항상 빨리 새로운 물결(패러다임, 산업)에 올라타는 것’으로서 기술적 우위만 믿고 새롭거나 다른 트렌드를 무시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또 MP3 등의 사례를 들어 제품 판매보다 서비스 판매로 경영전략의 중심축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MP3는 한국기업인 아이리버가 세계 최초로 발명했지만, 최종 승자는 아이튠즈(I-Tune)를 활용한 애플의 아이팟(I-Pod)이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최근 중국 스마트 폰 시장에서 삼성을 넘어선 샤오미가 무서운 진짜 이유를 “이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단순히 휴대폰 판매가 아니라 휴대폰 자체는 싼 값에 넘기고 거기에 부가되는 소프트웨어나 응용 애플리케이션 등 부가서비스에서 매출을 올리는 다른 패러다임을 시도한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과 유사하게 기술력에 기초한 제품 성능만으로 승부하는 화웨이는 샤오미보다 오래된 기업이지만 정작 삼성을 넘어선 것은 화웨이가 아니라 샤오미였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우리기업에 진짜 위협은 같은 방법으로 경쟁하려는 후발기업이 아니라 다른 패러다임을 들고 나오는 후발자”라고 지적했다.

일본의 선례에 대한 분석도 이어졌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과거 일본사례를 들어 해외투자가 국내 산업공동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일본 내 많은 실증분석 결과 해외투자와 산업공동화 현상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이 수석 연구위원은 “해외투자가 본국의 생산과 수출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뿐만 아니라 국제분업이 이뤄지면서 산업의 고도화를 이끌어내는 장점이 있었다”며, “다만, 일본의 핵심 부품·소재 기술 유출이 산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한다”고 일본 내부의 우려를 소개했다.

또 일본 기업들이 과거 추격자에서 선도자(이노베이터)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선도자의 위치를 공고히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신제품 개발에는 성공했지만 해당 산업의 주도권을 장기간 유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 일본인 기술자 유출, 장비업체를 통한 기술 유출 등으로 한국이나 대만 기업에 기술이 빠르게 유출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정부정책도 과거 추격자 시대와는 달라야 한다”며, “최근 일본정부는 성장산업 육성이나 기술입국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동혁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5년 내 주력산업 대부분에서 중국이 더 위협적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2018년에도 자동차, 반도체, 일반기계 정도를 제외하고 대부분 주력산업에서 중국과의 경쟁에 고전이 예상된다”며, “특히 현재 세계 1위인 조선은 가격경쟁력 중국에 밀려 2위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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