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정우 기자 = 러시아 경제에 대한 우려감이 점차 짙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서방의 가혹한 경제제재와 더불어 국제유가 추락까지 겹치며 진퇴양난에 빠진 모양새다.
러시아 경제에 있어서 가장 큰 타격은 추락할 줄 모르고 떨어지는 국제유가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세르게이 구리예프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 교수는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를 통해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러시아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올 겨울에는 예년보다 기온이 따듯해 유가 하락압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OPEC은 “미국의 난방일수가 지난해보다 12% 감소하며 석유수요 위축을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OPEC의 전망대로라면, 향후 러시아 경제의 전망은 암울하기만 하다. 러시아의 경우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현재 러시아의 경제규모는 약 2조달러에 이르는 데 이 가운데 원유ㆍ천연가스 판매 수입이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다.
원유 가치가 하락하면 자연스레 이로 인한 수입이 줄고, 이는 결국 대외 신인도 및 루블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여기에 대(對)러 제재로 인해 악화되는 투자심리 또한 루블화 하락을 부추기고 있어, 러시아로서는 그야말로 '이중고'에 직면한 셈이다.
러시아 경제에 대한 전망은 급격하게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지난 17일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기존 ‘Baa1’에서 ‘Baa2’로 강등했다. 이는 투자등급 중 두 번째로 낮은 등급이다. 신용등급 전망은 ‘부정적’을 유지했다.
무디스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구 사회의 러시아 경제 제재가 심해졌고 이로 인해 러시아의 경제 성장이 둔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외신들은 서구의 경제 제재에 경제 활동이 원활하지 못한 데다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서 러시아 경제가 악영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최근 같은 이유로 내년 러시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5%로 하향조정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유가가 지금처럼 약세를 지속할 경우 러시아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찰스 로버트슨 르네상스캐피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가가 배럴당 92~93달러에 도달해야만 러시아 경제 성장에 긍정적 전망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가가 90달러에 그치면 내년 러시아 경제 성장률은 0.4% 포인트 위축되고, 80달러까지 떨어지면 1.7% 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그는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