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람 홍콩 정무사장은 18일(현지시간) 오후 "오는 21일 홍콩전상학생연회(香港專上學生聯會·학련)과 대화를 가질 계획"이라며 학생 대표와의 대화를 고대한다고 말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람 정무사장은 "이번 대화는 홍콩 애버딘 지역의 웡척캉(黃竹坑) 의대 건물에서 정부와 학생단체 각 5명씩 참가해 2시간 가량 진행되고 대화는 생중계 될 것"이라며 “대화 사회자는 홍콩 링난대 레오나르드 청(鄭國漢) 총장이 맡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단, 람 정무사장은 "대화 주제는 당연히 정치개혁과 관련된 것이며 정치개혁 업무는 반드시 기본법과 전국인민대 관련 결정에 기초해야 하고 여기에는 지난 8월 31일 전인대의 결정(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안)도 포함된다”고 덧붙여 앞서 전인대의 결정을 바꿀 의사가 없음을 재차 강조했다.
앞서 8월 31일 전인대는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를 직선제로 하되 후보는 친중국 인사로 구성된 1200명의 선출위원회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고 결정해 사실상 반중국 성향의 인사의 행정장관 후보 출마를 배제하는 홍콩 행정장관 선거안을 통과시켰고 이는 홍콩 도심점거 시위 발발의 도화선이 됐다.
학생 시위대 측은 람 정무사장의 대화 전제조건에 대해 즉각 반발했다.
레스터 셤(岑敖暉) 학련 부비서장은 18일 오후 “대화 시간과 장소에 대해 이견이 없다”며 “그러나 대화 전제조건으로 전인대, 특히 지난 8월 31일 전인대의 결정을 포함시킨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시위를 지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또 사회자로 지명된 레오나르드 청 총장에 대해 “홍콩 8대 대학 총장이 추천한 인물로 심사숙고한 결정”이라면서도 그가 과거 홍콩 기본법이나 국민교육을 지지한 이력으이 볼 때 이번 대화에서 중립성을 지킬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또한 레스터 부비서장은 “홍콩 정부는 경찰을 파견해 시위대와 대치할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민주정치제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시위대 간 여전히 대화 주제를 둘러싸고 이견을 보이면서 일각에선 대화 재개의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지난 10일에도 홍콩 정부와 학생 시위대는 공식 대화를 갖기로 했으나 캐리 람 정무사장이 대화를 하루 앞둔 9일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제안한 합리적인 제안을 시위대가 거절했다"며 대화가 결렬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홍콩 정부는 대화 추진과 시위대 철거는 별개의 문제로 대화와 압박의 '투트랙(two-track)' 기조를 이어가며 시위대 강제 철거도 이어가고 있다.
홍콩 경찰은 이날 새벽 몽콕 시위대 집결 지역에서 바리케이드를 강제로 철거하는 등 시위대 해산에 나서면서 경찰과 시위대 간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경찰은 곤봉과 최루액 스프레이를 사용해 진압에 나섰으며, 시위대가 우산으로 맞서는 과정에서 50여 명이 부상, 응급처치를 받았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경찰은 시위대와 충돌 과정에서 33명을 연행 거절, 경찰의 공무 집행 방해 등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