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의 아트톡]민체 '한글사랑' 여태명 교수 "훈민정음이 국보 1호가 되어야합니다"

2014-10-16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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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서예 '캘리그래프' 시초..한국미술상 수상 기념 한국미술센터서 17일부터 개인전

[여태명 교수가 자유분방하고 재미있는 글씨 민체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현주기자 ]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문화체육관광부, 국순당 명작, 전주톨케이트 전주, 1박2일, 가족만세, 돌발영상….

이 단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효봉 여태명(58·원광대 서예과)교수가 쓴 '한글로 쓴 (현판)글씨'다. 글자들은 모두 그 글자대로 느낌, 감흥이 살아있다. 

글자의 표정과 개성을 살리는 '문자 예술가'로 유명한 여 교수는 자칭타칭 '한글 전도사'다.

그와 1분만 함께해도 우리 한글,우리 글씨의 아름다움에 새삼 반하게된다. 그의 글씨는 재미있다. 보면 웃음이 절로난다. 모양새도 삐뚤빼뚤하지만 글자가 그림같다. 예를들어 국순당 '명작'의 경우 자세히 보면 그의 재치가 압권이다. 두손으로 술잔을 들고 있는 '명'자와 엄지를 세우고 있는 '작'자는 무릎을 치게 만든다. 술꾼들을 기분좋게 하는 글씨다.

표정이 살아있는 글자의 혼이 춤을 추는 이 글씨는 '민체'로 명명되어 있다. 이른바 '여태명 체'다. 이 글씨는 캘리그래프로 진화했다. 그는 한글을 대중화한 '캘리그래프'의 시초다. 영화 타짜, 괴물, 혈의누, 홀리데이로 대중에게 다가선 이상현 캘러그래퍼등이 그의 제자다.
 

 


이미 우리나라 곳곳에 그의 '글씨'는 공공조형물처럼 파고들어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한글은 공기같은 존재여서일까. 이상하게도 영어에 눌려있는 분위기다.

"'우리나라는 한'자 만 들어가면 안됩니다. 미술시장에서 한국화시장이 죽었잖습니까. 문사체가 다 죽었어요."

15일 서울 인사동 한국미술센터에서 여는 전시를 앞두고 만난 그는 거침없었다. 특히 '한글'에 대해선 자부심과 안타까움의 흥분감을 큰 목소리로 드러냈다.

"우리나라 국보 1호가 뭡니까?" 다짜고짜 물었다. "왜 숭례문이 국보 1호입니까". 그건 일본이 번호를 붙여놓은 지들 편리하게 번호를 붙여놓은 거에요."

 

[사진=박현주기자]

그는 "훈민정음(국보 제 70호)이 국보 1호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물은 상징적인 것이지 우리 정신, 우리 말을 지배하는 한글의 원리가 담긴 훈민정음이 왜 뒤로 밀려야합니까" 그는 "한옥 한복 한지 한류등 '한브랜드' 한스타일 말만 부르짖지 문화융성은 커녕 한글의 소중함을 잘 모른다"고 거침없이 일갈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훌륭한 글자'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는데 우리나라는 어떻게 된겁니까?"

'한글의 소중함'을 몰라줘 '한'이 서린 그는 서예계에서 '이단아'로 통한다. 전통을 버리고 '다른 것, 딴 짓'을 한다는 이유였다. 동양화를 전공하고 서단에 들어온 그는 "왜 중국의 글씨를 따라 써야하는지. 왜 선인들의 글자를 베껴야 하는지 답답"했다. 하지만 '딴 짓'때문에 그의 손에서 한글의 웃음꽃이 피어났다. 혁신은 완전한 다름이 아니다. 법고창신이다. 그가 발견한 민체(民體)는 한글이 반포된이후 서민들이 사용했던 '순박한 글씨'다.

"민체는 한마디로 민간서체입니다. 조선시대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남녀노소가 한글을 익히고 소설이나 편지글을 쓸때 써왔던 글씨입니다"

그가 붓펜을 꺼내 종이에 써내려가며 설명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궁체는 바르고 곱지요. 민체는 생긴대로 개성이 넘칩니다. 꽃도 다 같은 꽃이 아니듯 나팔꽃 호박꽃 매화꽃도 생김새와 분위기가 다르지 않습니까. 가랑비는 가랑비처럼 써야하고 갈치는 갈치같이 써야하지요. 바로 민체가 그런겁니다. 글자 분위기에 맞게 자유분방한게 특징이지요."

'민체'의 발견에는 아픔이 있었다. 1991년 독일 베를린 교통박물관에서 한중일서예작가 초대전에 참가한때였다. 우리나라 작품을 보던 큐레이터가 "한국작가들은 중국글씨를 가지고 와서 전시를 하냐. 당신 나라는 글씨가 없냐"는 질문은 충격적이었다. 들고간 한글작품을 보여주니 감탄사를 연발했다. 여 교수는 이후 고서를 수집하며 우리말 한글 연구에 매진했다. 1994년 예술의전당 서예관에서 발표한 논문를 통해 '민체'가 세상에 공식적으로 이름을 얻게됐다. 이후 효봉개똥이체, 효봉축제체등은 물로 컴퓨터용 한글폰트도 개발됐고 한글의 우수성만큼이나 그의 '민체'도 무궁무진하게 발전하고 있다.

"서예가 되외시 되는건 생활과 떨어졌기 때문이에요. 생활서예가 되어야합니다. '그림이 글씨이고 글씨가 그림'같은 여태명 글씨는 인기는 식지않고 있다. 화장품, 인테리어 벽지 타일등 모든 생활용품은 물론 물론 막걸리집 정육점 간판까지 파고들었다.

전시장에 걸린 '행복'이라는 그림앞에서 그가 물었다. "어떤게 보입니까?". ㅎ자가 두개나 있는 '행' 행’의 ‘ㅐ’에는 남녀가 끌어안은 형상이다.  알고보면 큭큭 숨길수 없는 웃음이나는 섹시한 글씨이기도 하다. 그의 말을 듣고 보니 남자가 어느쪽인지 알수도 있다. "왜 쌍 'ㅎ'을 썼냐고요?". "이거 모두 고서화에 있는 글씨에요. 제가 장난한게 아닙니다."
 

[행복이라는 그림같은 글씨를 설명하고 있는 여태명 교수. 사진=박현주기자]


그가 당당하게 주장하는 이유였다. 한글의 우수성을 누구보다 자신감을 갖는건 한글 고서를 모으고 서체를 연구해온 덕분이다. “우연히 전주의 한 골동품상에서 조선시대 민간 서체의 필사본을 처음 본 순간 ‘아! 이거구나’ 하는 감흥으로 서울 청계천과 대구, 전주는 물론이고 중국까지 돌아다니며 1000여권의 고서를 사 모았고 보고 느끼고 깨닫고 썼고 나눴다.  진가는 중국에서 먼저 알아봤다. 시서화에 능한 그를 중국미술관에서 초대해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개인전(2000년)을 열었다. 이후 8년이 지나 한국 현대미술화가들인 고 이두식 화백, 윤명로 화백에게 문이 열렸다.

"스승이요?. 제 주변 모든 사람이 제 스승입니다. 글씨를 써놓고 어린 손자한테도 물어봅니다. 아이들에 말에 깜짝 놀라기도 하고 깨닫기도 합니다. 제 글씨는 그렇게 듣고 보고 느껴서 나온거지요.하하하~"

'민체', '여태명체'와 그의 먹맛을 볼 수 있는 전시가 한국미술센터에서 17일부터 열린다. 한국미술센터가 매년 선정해 발표하는 제9회 한국미술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문자가 내게 다가 왔다’를 주제로 여는 이번전시에는 김남조 도종환 안도현등 국내 유명 시인 11명의 대표시를 여태명의 시서화 30여점으로 선보인다. 글씨와 그림 시계가 어울린 아트상품도 나왔다. 개막일인 17일에는 여교수의 제자이자 '양팔없는 서예가'로 유명한 석창우화백의 퍼포먼스가 열린다. 전시는 26일까지.(02) 6262-8114
 

[『김용택 詩 사람들은 왜 모를까, 여태명, 한지에 수묵채색 89X46cm]

 

[한글날인 9일 독도에서 여태명 교수가 바이올리니스트 박지혜씨와 함께 '독도아리랑 서예 퍼포먼스'를 펼쳤다. ]

▶효봉 여태명=개인전 15회(전주, 서울, 북경, 심양, 파리, 베를린),Seoul (Yeo, Tae-Myong)+Paris(Michel Sicard) 2人展 (藝術殿堂),한·중·일 수묵의 향기 초대전(국립현대미술관) / 2003 제1회 베이징비엔날레 (중국미술관),여태명 예술실천 및 한글서예10종 발간 및 한글서예 폰트 6종 CD롬 제작, ●작품소장: 국립현대미술관 , 중국미술관, 독일교통역사박물관, 칠레대사관 외무성 러시아 모스크바 동양미술관, 모스크바 대학, L.A UCLA대학, 하와이대학교, 에술의 전당 서울서예박물관, 국립전주박물관, 중국노신미술대학 미술관. ●활동:한국 캘리그래피디자인협회 회장 역임, / 한국민족서예인협회 회장 / 중국 노신미술대학 객원교수,현재:원광대학교 미술대학 순수미술학부 서예, 문자예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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